당신도 두려우신 거죠?
어미의 마음 주님의 마음
"여보, 한나가 한동대도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알아!"
평상시의 남편 말투가 아니다.
남편의 투명스러운 말투에 발끈하며 대꾸했다.
"왜 그렇게 말해요? 화났어요?"
"나 보고 당장 답을 내놓으라는 거야!"
허참, 기가 막혀!
"내가 말한 게 당장 답 내놓으라는 말로 들리세요?"
"말을 왜 그렇게 해! 그럼, 내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봐야지."
"내 말이 당신 생각을 물은 거예요?"
남편은 도망하듯 나를 피해 나가 버린다.
한나가 한동대도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당신 생각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렇게 말해야 된단 말인가?
정말 남편과 25년을 살았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남편도 나를 이해 안 하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말끝마다 내 말투를 가지고 시비를 건다.
아니, 내 말투가 그렇게 거슬리는 말투였나?
...?
내가 왜 남편에게 이 말을 하게 됐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안에 두려움이 있었다.
한나는 연세대, 한동대, 이화여대 이렇게 편입원서를 냈는데 연대, 이대는 이미 불합격 통지를 받고 난 후라 한동대마저 불합격하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한나는 미국에서 계속 공부할 수 없게 되자 한국대학 편입을 준비하며 그나마 한가닥 희망을 붙들고 있었다.
미국에서 일하며 공부한 4년의 힘든 시간, 비자가 만료돼서 그나마 하던 공부를 중단해야 했던 좌절의 시간은 잊은 채 들뜬마음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것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한나가 힘든 시간들을 보낼까 봐, 희망 없이 막막한 앞날을 생각하며 절망할까 봐 나는 두려워하고 있다.
아... 남편도 이런 마음이었나 보다...
불안했구나, 두려워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평상시 마음이 아니 불편한 마음으로 내게 그렇게 반응했구나!
아... 당신도 두려우신 거죠?
이런 남편의 마음을 좀 이해할걸...
나에게 불편하게 반응했다고 거기에 복수라도 하듯 더 화가 나서 남편에게 대응 한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한나 앞에 펼쳐진 앞날... 주님이 가장 좋은 것으로 예비해 놓으셨다는 것을 믿고 있지만 한나가 원치 않는 상황의 목전에서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한나가 이 아픔을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하지만 혹시라도 한나가 당장 좌절의 아픔을 겪을까 봐 나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아...
그런데요, 주님!
이 부모의 마음이 주님의 마음인 거죠?
한나의 길은 하나님이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신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대학편입이 안 돼서 지금 당장 한나가 고통가운데 있는 것을 못 견디는 이 어미의 마음이 주님의 마음인 거죠?
주님도 제가 힘들어하는 것 보는 게 힘드시군요, 제가 낙심하고 절망할까 봐 노심초사하시는군요.
오... 주님!
주님도 한나를 향한 제 마음처럼 주님도 내가 아플 때 이런 마음이시군요!
주님, 당신도 두려우신 거죠?
주님,
힘든 시간이 와도 나 혼자 버려진 채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기억할게요. 주님은 저 보다 더 괴로워하신다는 것 기억할게요. 그리고 그때는 저에게 한 시도 눈 떼지 못하시고 저와 더 가까이 계신 것 기억할게요.
감사해요, 주님!
주님의 사랑이 더 많이 많이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주님이 두려워한다는 표현은 우리가 아파할 때 함께하시고 우리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표현이다.
우리가 아파하고 좌절하는 시간도 주님의 선한 계획가운데 있는 과정임을 다 아시는 주님이지만 우리의 좌절의 그 시간에 주님은 팔짱 끼고 '내가 다 예비했으니까, 앞으로 좋은 길이 펼쳐질 거야.' 하시며 상관 않는 주님이 아니시다. 주님도 나의 현재의 아픔에 공감하시고 그 아픔마음에 함께하신다.
그리고 주님도 내가 아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한나를 향한 내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