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렌 Aug 02. 2023

생일에 1,200 장미 받다

남편의 썰렁 개그

13년 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지난주 저의 생일을 보냈습니다

남편이나 저는 기념일을 챙기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생일날은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어 챙기게 되었고

아이들이 자라며 엄마 아빠 생일은 물론, 결혼기념일까지 성대하게 아이들이 챙깁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자마다 분주합니다.  엄마 생일상 차린다고...

아빠는 흰 장미 한 다발을 사서 아이들 편에 보내고 심방 있어 외출하고

아빠 없는 생일저녁식사를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식탁이 갈수록 근사해집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근데 아빠의 꽃선물은 뜻밖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숟가락을 선물로 받은 이후...

숟가락에서 꽃으로 아주 급격한 진보를 했습니다마는...

기왕 하선물인데 붉은 장미나 핑크장미면 더 로맨틱하지 않을까요?

내가 특별히 백장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아빠가 늦은 시간에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손수 만든 생일케이크를 자르며 근사한 생일상을 아이들이 준비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마리아가 버섯볶음을 했고요, 한나가 미역국을 끓이고, 사라가 큰언니의 도움을 받아 치킨튀김을 만들었어요."  했더니,

남편이 말합니다.

"나는 1,200 장미".

'헉~!  무슨? 1.200 장미??' 하는 표정을 지으니

식탁의 꽃병에 꽂아 논 백장미를 한송이 한송이 가르며

"백장미, 2백장미, 3백장미..." 합니다.

"아~~! 백장미가 12송이... 1.200 장미!!."

아이들과 저는 넘아갔습니다.

생일날 1.200 장미 받고 좋아서...ㅎㅎㅎ

 

 

--------------------------------------------------------------------

 2010/3/4

1,200 장미 후기

 

지난 주일 청년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가서 이야기했습니다.

"생일에 목사님한테 1,200 장미 받았다"  청년들 함성이 터졌습니다.

"와~~!! 사모님 좋겠어요"  "목사님 멋져요"

저는 말했습니다.  "아니~ 백장미 12송이... "

"와우!! 목사님의 이 개그는 거의 천재적이네요"  

청년들은 순박력 있게 금방 알아듣는 요.

 

저는 다시 여전도회원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갔습니다.

"저 생일에 목사님에게 1,200 장미 받았어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들입니다.  '그럴 리가...' 하는 표정들...

어느 한 집사님이 대뜸 말씀하십니다.

"아~ 사진으로요."

"아니, 생화로요." 했더니

또 다른 집사님이

"사모님,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린즈버러에 1,200송이 장미 파는 데가 어디 있어요?" 하네요.

역시 집사님들에겐 안 통하는군요.

그래서 "백장미로 12송이요"하고 실토했건만...

이 말도 금방 불이 안 들어옵니다...ㅎㅎ


어쨌든 전 이번 생일에 남편에게 1,200 장미 받았습니다.

부러우신가요?... ㅎ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기다림의 상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