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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Jul 14. 2023

기다림의 상처

아버지를 기다리다

저의 어린 시절은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11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죽으실 수 없는 분이셨습니다.

아버지가 죽으셨다니 말도 안 됩니다.  

내가 말 안 들어서 어른들이 거짓말한다고 믿었습니다.  

아버지가 먼 데로 출장 가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아버지를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학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하굣길은 출장 가신 아버지가 돌아와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설레며 발걸음을 재촉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집에 들어서면 그 기다림은 항상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오늘도 오시지 않았구나...'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도, 중학교를 졸업할 때도,

고등학교를 입학했는데...

이렇게 매일매일 기다렸지만 아버지는 끝내 오시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서야 아버지의 죽음을 현실로 인정했습니다.


저는 어머니교실 프로그램에 참석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다  제가 오랫동안 아버지를 기다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기다림의 상처로 남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기다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저를 견딜 수 없게 불안하게 합니다.  끝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확신해 버립니다.  

손님을 식사에 초대해 놓고 정해진 시간에 오지 않으면

'오지 않으려나...' 하고 낙담합니다

남편이 정해진 시간에 귀가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두려워합니다.

나에게 기다리는 것은 실망과 좌절을 안겨 줄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것이 싫습니다.

저도 모르게 친구와의 약속시간이나 모임장소에 먼저 가서 기다리지 않습니다.  

조금 늦게 가서 다 와 있는 것이 확인될 때 안도감을 느낍니다.

기다리는 것은 정말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는 약속장소에 거이, 항상 늦게 가는 제 자신을 책망하고 정죄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알았습니다.

오랫동안 아버지를 기다리다 오지 않으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기다림에 대한 잘못된 정서인 것을...

사단이 거짓말로 나를 속여 온 것임을...

"너의 아버지가 끝내 오시지 않았잖아... 네가 기다리는 것도 오지 않을 거야..."


저는 이 기다림에 대한 불신 때문에 남편도 힘들게 했습니다.  

남편이 나가있을 때,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들어올 시간에 들어오지 않을 때, 저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불안이 지나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습니다.  

제가 화를 내는 이유를 저도 남편도 몰랐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지 못하는 믿음이 없는 자입니다.  

하나님은 수많은 축복의 말씀으로 약속하시고 저를 기다리게 하십니다.

저는 기다리지 못합니다  오늘도 요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알았습니다.  기다림에 대한 사단의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사단의 속임수에 놀아났다는 것을.


저는 더 이상 육신의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저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으신 육신의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저는 더 이상 사단의 거짓말에 속지 않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하늘 아버지가 계십니다.

먼저 오셔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던 하늘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다시 오시겠다 약속하신 예수님을 저는 오늘도 기다립니다.

신실하신 하늘 아버지는 말씀하신 대로 행하시고 이루시는 완전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이제는 하늘아버지를 믿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저와 함께 하시는, 영원토록 저를 떠나지 않을 실 분.

영원까지 함께 하실 하늘아버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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