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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Jul 16. 2023

4주 동안의 호사

입원생활

    2016년 5월 우리는 12년의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왔다.   24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우리는 모든 것이 변해버린 한국에서 외국인처럼 한국생활에 적응하며 살고 있었다.

11월의 어느 날,

어느 정도 한국생활에 익숙해져 갈 무렵 어깨통증이 있어 물리치료를 받고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디고 계단 아래로 구르는 사고를 당했다.

일어날 수가 없어 119에 실려 병원에 가서 X레이, CT, MRI 촬영을 했다. 

결과는 발목골절, 어깨근육파열의심.


  사고 나기 전에 계속되는 어깨통증이 있었다.    물리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으니 MRI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촬영비용만 40여만 원이고 의료보험도 안 된다 하니 쉽게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니 물리치료라도 열심히 받자 하는 맘으로 물리치료를 받고 나오면서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응급차에 실려 병원 가고 MRI 촬영하고 어깨부상이 있으니 목발도 잡을 수가 없어 입원을 결정하고 4주 동안 병원생활을  했다.


  나는 병원이라는 곳은 치과 말고는 임신해서 처음 가보았고

입원이라는 것은 출산할 때 말고는 처음 해 본다.

입원생활, 정말 호사스러운 꿈만 같은 시간이다.

어떻게 나는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고 무엇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만나주고 병실에 함께 입원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책 보고 드라마보고 누워쉬고 있는데 시간만 되면 아침, 점심, 저녁식사를 내 코 앞에 갖다 준다.   또 매일 다른 반찬에 5군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깔끔하고 정성 가득한 밥상을 하루 세끼 매일 앉아서 받으려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밥맛은 얼마나 좋은지...  이게 웬 호강인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밥상만 차려오다 내가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밥을 하루 세끼, 거이 4주 동안 차려주는 밥을 먹었다.

나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다.   어떻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하시나?

어떻게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매일 밥상을 받으면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나에게 펼쳐진 이 상황을 신기해하며 하나님이 나를 향하신 특별하고 섬세하신 이 사랑에 감격하고 감격하며 하나님을 찬양했다.

정말  특별한 시간, 하나님의 사랑에 젖어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내가 무엇 이관데 이토록 사랑하신단 말입니까?

내가 무엇 이관데...

주님, 더 많이 충성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더 잘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밥을 먹는 것, 이런 행복은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 다시, 내 평생 사는 동안에  다른 사람의 밥상을 충성스럽게 차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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