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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Jun 15. 2023

오수복집사님

32년 만의 귀국


월요일이면 피곤이 몰려옵니다.

그러나 오늘 새벽은 오수복집사님이 한국으로 출국하시는 날입니다.

새벽에 저희 집에 오시면 남편이 공항 라이드를 하기로  했습니다.

출국하시는 오수복집사님을 새벽에 일어나 배웅하고 싶었습니다.

새벽잠이 많은 저는 잠들기 전부터 긴장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꿈결을 헤매다 눈을 떠보니 3시,

또다시 눈을 떠보니 4시, 잠깐 만 누워있어야지 했는데 눈을 떠보니 5시 20분입니다.  앗!  5시에 출발인데...

저는 꿈결을 헤매다 집사님이 공항으로 가신 다음에야 깨어났습니다.


올해 66세이신 오수복집사님의 한국행을 축복하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이 맘껏 맘껏 오수복집사님께 복 주시기를 빌어 봅니다.


오수복집사님은 6살 때 어머님을 잃고 아버지가 새엄마와 재혼을 하셔서 남의 집에 맡겨지게 됩니다.

먹고살기도 어렵던 그 시절, 남의 집의 천덕꾸러기로 살다가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12살 때 일본집의 식모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후, 16살이 되어서야 헤어졌던 아버지를 처음 만났지만  다 장성한 후였습니다.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하고 자란 집사님은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부담스러워 결혼도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의 소개로 미군을 알게 되어 결혼하게 됩니다.

남편을 따라 1977년에 미국에 오셨습니다.  

술과 도박으로 세월을 보내는 남편과 도저히 살 수 없어 10년의 결혼생활을 청산합니다.  

그리고는 이번 여행은 32년 만의 여행입니다.  


이번 여행은 집사님의 호적을 고치기 위해 떠나신 여행입니다.

원래의 연세보다 9년이 늦게 입적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사셨지만

이제는 연로하셔서 일하시는 것이 버거우신 연세 이신대

법적 나이가 57세이므로 연금이 나오지 않아 계속 일을 하셔야 하니

이제라도 호적을 고쳐 원래 나이를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시민권자이신 집사님은 미국에서 나이를 고치려고 다 방면으로 시도해 보았지만

모두 거절되어 실망 가운데 있을 때, 저희 교회에 한국의 현직 판사로 계신 분이 잠시 방문 출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한국에서 법정 판결을 받아 호적을 고치는 방안을 알려 주셨습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집사님은 다시 한번 좌절했습니다.

한국에는 이미 연고자와 연락이 끊긴 상태로 오랫동안 사셨고

한국에 나가 법적 판결을 받기 위한 비용과 여행경비를

감당할 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하나님이 집사님을 위로하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집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하나님이 여행경비며 모든 비용을 다 주실 거예요.


하나님은 주위에 집사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모든 경비와 비용을 넉넉히 채워주셨습니다.

연로하신 집사님은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들떠 출국날짜를 기다려 오셨습니다.

출국날짜를 기다리는 집사님께 제가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집사님을 한국 여행하게 하시려고 이번 일을 계획하신 것 같아요.

호적 고치는 것은 보너스예요." 했더니

"그러게요.  너무 감사하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예요."라고 말씀하시는 집사님이 사랑스럽습니다.


32년 만의 한국 여행입니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오신 집사님의 인생,

냉대와 무관심으로 버려진 어린 시절,

아무런 소망 없이 사신 청년시절,

그리고 사랑 없이 고통 가운데 사신 결혼생활,

생각이 나도 가고 싶어도 갈 수도 갈 곳도 없는 고국, 한국.

집사님의 외로움을, 고독을, 하나님이 아시고 위로하십니다.

저까지 마음이 덩달아 들떠 있습니다.


집사님의 호적이 잘 고쳐지고 한국에서의 시간이 하나님이 함께하셔서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들이 되길 기도합니다.  마음껏 집사님을 축복합니다.


집사님! 무사히 그리고 건강하게 지내시다 돌아오세요.

            돌아오셔서 한국 얘기 많이 많이 들려주세요.


집사님은 한국법정을 통해 호적을 고쳐서 돌아오셨습니다.

하지만 이미 미국 시민권자인 집사님의 한국 서류를 인정받지 못해 원래 나이로 수정하는 일은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집사님은 한국에서 돌아온 지 3,4년 후 간암으로 잡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집사님의 짧은 한국 여행은 집사님 생애 최고의 선물과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여행은 주님이 오수복집사님을 천국으로 부르시기 전 이 땅에서의 보너스 같은 주님의 사랑의 선물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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