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렌 Jun 08. 2023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니께

철없는 딸의 고백


어머니!

이제 어머니의 연세도 78세.  어느새 할머니 연세가 되었네요.

결혼 이후 한국을 떠나 살며 어머니가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셨는지 조금씩 알아갔지만

어머님께 한 번도 제 마음을 전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30대 중반의 아리따운 어머님을 기억한답니다.

화장을 곱게 하시고 길고 예쁜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시고 화사한 양장에 양산을 받쳐 들고 외출하시는 어머님이 기억납니다.

제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 어쩌다 학교에 찾아오시는 어머님은 아이들과 선생님의 시선을 집중할 만큼 정말 예쁘고 아름다우셨답니다. 그때 저는 어머님이 참 자랑스러웠어요.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결혼하기 전만 해도 어머니의 희생적인 사랑을 당연하게 느끼는 철없는 자식이었습니다.

이제 저도 세 자녀를 키우는 50을 앞둔 나이이고 보니 이제 조금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아버지 없이 우리 5남매를 키우시고 오빠가 아버지를 대신할 나이가 되자 오빠마저 보내야 했던 어머님의 절망적인 이 슬픔을 누가 안 단말입니까?

어머니는 오빠의 죽음을 생각하시며 “남편은 땅에 묻었지만 아들은 가슴에 묻었다고...”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그 아픔 마음을 표현하시곤 했답니다.

어머니!  어떻게 이렇게 힘든 인생을 견디셨나요?  얼마나 아프셨습니까?

 

험한 인생을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

시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셨지만 어머니의 총명과 부지런함으로 시어머니인 할머니께 인정받으셨다 하셨지요.

하지만 39세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내시고 장남인 오빠마저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야 했던 어머님의 아픔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우리를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하시려고 엄하게 키우셨지요.

우리 5남매를 키우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으시고 모진 고생과 수모를 겪으면서도

어머니는 절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으시고 씩씩하게 견디신 어머님을 기억합니다.

 

어머니! 당신은 진정한 어머니이십니다.

어머니의 수고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아니 존경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시간에 한 번도 어머니의 그 아픔을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이 미련한 딸을 용서해 주세요.

 

주님! 우리 어머니의 이 절망적인 슬픈 인생을 받으시고 친히 주님이 어머니를 위로하시고 남은 여생 평강과 희락을 허락하소서. 아멘.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님, 사랑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