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매년 이듬해 경영계획을 짜면서
내년엔 더욱 어려운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 얘기한다.
경제는 어렵고
대외환경도 갈수록
첩첩산중에 정신 바짝 차리고 허리띠 바짝 조이고
또 한 해를 버티자고 얘기한다.
우리도 매년 살기 힘들다고 얘기한다.
아내는 결혼 이후 한 번도 불경기가 아닌 적이 없다고 얘기한다.
언제든 고상하고 우아해야 한다.
턴테이블에 엘피판을 올려놓고 책을 읽다.
불멸의 이순신 장군.
거리에서 천 원에 나도는 두 권짜리 만화책이다.
불쑥 드는 생각.
유사 이래 아랫것들에게 불경기가 아닌 날은 없었다.
내 것을 빼앗긴다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도
우리는 사는 게 항상 어려웠다.
높거나 낮은 성장률, 국민소득이란 평균도
한두 명의 고소득을 수백만의 아래 것들이 까먹는 결과일 뿐이다.
불경기를 느낀다는 것, 아래 것들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