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구에게
느글느글
삼겹살을 뒤집으며
오랜 친구 종구가 이바구를 턴다
이제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의미와 무게가 실리는 나이
그간의 행적이 문패가 되어
나를 대신하니
사람들은 문패를 보고
나를 가늠한다고
사람들이 문패만 보고
나를 판단한다고
자식조차 아비를 문패로만 본다고
자조인지 자책인지 모를 흐느낌으로
한 움큼의 소주를 털어 넣는다
술을 못하는 나는
생마늘을 쌈장에 찍으며
종구의 말과 함께 곱씹는다
맞는 말인데
마늘만큼이나 맵다
빈 잔을 채워주며
어제가 아닌 내일의 나를
문패에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나이 먹도록 내세울 것 없고
술조차 못하는 나는
아무렴 처음처럼이 아니라
까짓 거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