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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영 Feb 21. 2024

나는 왜 이탈리아로 갔나

이탈리아에서 요리사로 살아남기

까시날레 주방은 이탈리아인 수셰프 한 명, 그의 아내이자 파스티체리아(디저트파트) 파트장 한 명,

요리학교 CIF에서 인턴쉽 나온 일본인 한 명, 나처럼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러 온 한국인 한 명으로 나를 포함해 총 5명의 셰프들로 이루어졌다.




까시날레주방은 올해 만 33살 되는 나보다 더 나이많은 주방인데, 사진처럼 상당히 옛스러운 주방이다.

주방 크기도 엄청 커서 동선이 길어 매일 다리가 아팠다.


말도 안 통하는 꼬마요리사가 이 주방에 정을 붙이고 적응하는 일은 꽤나 지난하고 짠내가 폭발하는 일이었다. 수셰프 마리오는 나를 항상 'Sister'로 불렀다. ㅇ으로 끝나는 내 이름이 부르기 어려워서였을까?

가본 적 없는 저 먼나라에서 혈혈단신 혼자 온 동양인 여자아이가 짠해서 챙겨주려는 이유에서 였을까?



매일이 전쟁통 같았다. 피에몬테의 지역음식들은 생각보다 간과 향이 쎈 편이었는데 생전 처음 맡아보는 향과 맛에 도통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한국에서 알고있던 피자와 파스타의 개념보다는 갖가지 고기와 생선을 이용한 메인 메뉴가 '진짜 이탈리안 다이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탈리아 음식은 참 직관적이다.

한 가지 요리에 다섯가지 이상의 식재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버터보다는 올리브오일을, '농축의 미' 보다는 재료 그 본연의 맛과 향을 끌어올리는 조리법을 사용한다. 그도 그럴것이 쨍한 지중해 햇살을 받고자란 채소들은 그대로도 충분히 선명한 맛을 갖고있기 때문에 굳이 복잡한 조리를 거칠 필요가 없다. 유럽에서는 한국인밥상에 올리지 않는 고기들도 많다. 그들의 밥상에서 비둘기, 멧돼지, 토끼, 메추리 고기들은 아주 고급스러운 요리로 변신하곤 한다. 그뿐인가? 사람들이 이탈리아를 요리의 나라로 인식하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신선한 올리브로 짜낸 올리브유가 있고 유서깊은 와이너리가 천지에 널렸다. 맛이 깊고 가격도 저렴한 와인을 구하기도 정말 쉽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방울토마토 하나를 먹어도 바질잎과 올리브유와 후추를 버무리지 않으면 큰 일 나는 줄 안다!


나는 나와 닮은 것들에 매력을 느낀다. 나는 내 자신이 직관적인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한다.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하기 이전부터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요리사로서 경력이 어느정도 쌓였을 때 한동안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물었던 질문은 '왜 프렌치요리를 하지 않은거냐'는 거였다. 요즘세상에는 아무래도 프렌치퀴진이 더 각광받는다. 사람들은 갖가지 소스와 에센셜한 퓨레들과 기교들을 부린 요리가 더 고급요리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그치만 나는 이탈리아 요리가 꼭 나 같아서 좋았다. 기교없이 담백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모습이 더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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