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 지금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모션 콘텐츠
한 유튜버가 쏘아 올린 공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이 ‘내돈내산’이라며 입거나 보여준 제품들이 알고 보니 광고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곧이어 어느 유튜버가 수많은 먹방 유튜버들 또한 이런 식으로 뒷광고를 진행한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파장은 단순히 먹방 유튜버들 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유튜버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시청자들은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통해 노출되는 입는 옷, 먹는 음식, 쓰는 화장품, 가는 병원, 읽은 책 등 소비 요소에 대한 검열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콘텐츠가 과연 뒷광고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유튜버들 또한 스스로 자기 검열을 진행했다. 나의 콘텐츠가 뒷광고를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지에 대해서. 그 결과 지금 유튜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영상의 제목이 바로 '죄송합니다'가 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죄송할 만한 뒷광고를 만드는 걸까.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대다수는 아니지만) 광고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 속의 음식은 다 맛있고, 책의 내용은 훌륭하고, 병원은 치료를 잘해주고, 옷은 편하고 예쁘다고들 말한다. 광고니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경우, 광고와 현실이 지나치게 달랐다. 광고가 홍보가 아닌 과장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래서 광고 속의 현실은 아름답지만 광고를 보고 찾아 나선 현실은 아름답지 못했다. 이 사실은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블로거들에 의해서 증명되기도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광고를 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광고라는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들을 찾아 나섰다.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와 유튜버가 광고라고 말하지 않은 것들을 그들의 취향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했고 그것을 쫓았다. 뒷광고를 만드는 이들은 바로 그 자연스러움에 주목했다. 그래서 시청자로 하여금 광고라는 언어를 제거하고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고자 노력했다. 인플루언서와 유튜버는 광고라는 말 대신 자연스럽게 소비 요소가 스며들 수 있도록 일상을 연출했다.
결국 광고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뒷광고를 양산했고, 그 뒷광고는 이제 유튜버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유튜버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팬덤을 형성한 시청자들에게는 배신감을 느낄 만한 큰 사건이었다. 유튜브를 비롯해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관련하여 전반적으로 과도기가 찾아온 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bLOGQy_ioM
이렇게 뒷광고로 난리가 난 와중에 네고왕이라는 콘텐츠가 등장했다. 네고왕은 워크맨의 메인 PD였던 고동완 PD를 비롯하여 와썹맨과 워크맨을 제작한 주요 인력들이 참여한 콘텐츠다. 그래서 그런지, 자막과 편집 스타일이 워크맨과 비슷한 측면이 강하다. 또한, 1인이 진행하는 와썹맨과 워크맨처럼 황광희가 단독으로 진행한다.
와썹맨 첫 에피소드에서 박준형은 본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사서고생의 PPL을 유치하러 간다. 중소기업유통센터를 찾아가는 박준형은 그곳의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서 물품을 협찬해달라고 요청한다. 방방곡곡을 다니는 지금의 와썹맨 컨셉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네고왕은 이러한 초창기의 와썹맨 에피소드를 약간 차용한 콘텐츠처럼 보인다.
네고왕은 프랜차이즈에 관련된 불만사항이나 개선방향을 시민이나 직원들에게 묻는다. 그리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의 대표와 협상을 한다는 컨셉의 콘텐츠다. 협상은 일정 기간 동안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내용이 주가 된다.
광희는 대표에게 직접 불만사항을 말한다는 프로그램의 컨셉에 걸맞는 인물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늘 솔직하게 말하지만 무해한 이미지로 인식되었다. 솔직하고 통쾌한 걸 원하는 지금 세대가 가장 좋아하고 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은 브랜드 대표에게 불만을 직접 전달하고 개선한다는 명목 하에 진행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목적은 결국 콘텐츠를 통해서 브랜드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표가 출연하여 즉각적으로 개선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끌어 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홍보로서도 유용한 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5UahGcQ5u9k
공교롭게도 뒷광고가 논란이 되는 시기에 네고왕은 마치 때를 노린 것처럼 등장했다. 물론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네고왕과 같은 앞광고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반사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8월 16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무려 380만 이상의 조회수를 돌파했다. 네고왕의 파급력은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콘텐츠 개발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다만, 콘텐츠의 폭발적인 인기를 감당할 만큼 프랜차이즈의 인프라가 받쳐줄 수 있는지가 문제다. 첫 화에 나온 BBQ도 황금올리브치킨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애플리케이션 통신 장애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본사에서 진행되는 프로모션에 따른 가맹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지의 여부도 항시 따져봐야 할 것이다(BBQ의 경우, 가맹점의 피해가 없을 거라는 사실을 분명히 명시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에 방영하는 이 콘텐츠가 정말 매주마다 협업할 수 있는 적합한 프랜차이즈를 찾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P.S: 오늘 저녁 BBQ에서 황금올리브치킨 주문했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네고왕의 파급력을 새삼 체험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