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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ckerair Jul 03. 2022

유튜브에서 '국뽕'이 연예인보다 훨씬 잘 나가는 이유

이것이 진정한 현실

어느날, 친척 어른 한 분이 카톡으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공유했다. 


이런 느낌의 영상이었다


볼드체로 강조되어 화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제법 큰 텍스트 크기, 한국이 최고이며 희망이고 천재이며 미래이고 다른 나라는 한국을 보며 감동받거나 위기이거나 뒤쳐져 있다는 내용의 텍스트로 만들어진 섬네일이 눈에 띄었다.

이 충격적인 비주얼의 섬네일을 클릭하고 영상을 본 지 불과 1분도 되지 않아 이 영상의 내용 대다수가 '구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친척 어른은 이 영상을 공유한 뒤 이런 카톡을 남겼다.


"좋은 내용이니까 꼭 보고 기억해두렴"


도대체 왜 이 거짓말 투성이의 영상을 '좋은 내용'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나는 이 '좋은 내용'의 영상이 꽤나 유튜브에서 자리잡은 콘텐츠라는 걸 이 날 알게 되었다. 

이 콘텐츠의 명칭은 다름 아닌 "국뽕 튜브"




"국뽕 튜브"란 무엇인가


나도 살면서 "국뽕"이라는 걸 가끔 느낄 때가 있다. 

이를테면 축구를 좋아하는 내가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열광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나의 인생과 손흥민의 삶은 전혀 연관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살면서 한 번도 마주하거나 겪을 수 없는 타인의 인생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이 세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애국심이 생기는 것, 그게 바로 국뽕일 것이다.


"국뽕 튜브"라는 이름만 보면, 이러한 국뽕을 느낄 수 있는 뉴스나 팩트를 전달하는 콘텐츠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뽕 튜브는 팩트를 왜곡한다.

오히려 국뽕 튜브는 판타지 소설 작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최근 내가 실제로 본 국뽕 튜브의 제목은 "손흥민과 한국 대패 삼겹살집에 나타난 네이마르!"다.

이 콘텐츠를 거짓 없이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서울의 대패 삼겹살집에 손흥민과 네이마르가 나타났다" -> "네이마르는 평소 K-팝 등 한국 문화에 빠져있다" -> "이런 네이마르를 위해 한국인인 손흥민이 직접 삼겹살집에 데리고 갔다" -> "네이마르와 브라질 선수까지 함께 삼겹살 집에 나타났고 현장에 있던 축구팬들은 뒤집어졌다" -> "네이마르는 인터뷰에서 한국, 중국, 일본을 모두 갔다왔는데 그 중 제일 좋은 나라가 한국이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이 2분 남짓한 영상에서 진실인 내용은 단 하나도 없다. 내용 전개만 그럴듯해 보일뿐.


그런데 이런 식의 판타지 소설을 만드는 국뽕 튜브 채널의 조회수와 구독자 수는 상상 이상이다. 

국뽕 튜브로 월 몇 천을 벌었다는 기사와 인증은 검색 몇 번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출처: 뉴스웨이


만약 이러한 채널들의 콘텐츠가 다 '거짓말'이라는 걸 안다면 이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는 없다.

나에게 영상을 공유해준 친척 어른에게 영상의 내용들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혹시 이 영상에 소개된 내용을 인터넷에 검색해보지 않았냐고 물었다. 인터넷에 사실 확인 차 검색 한 번만 했어도 거짓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친척은 검색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나는 왜 검색을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곧이어 답이 왔다.


"내 친구가 공유해줘서 그냥 맞는 줄 알았다"


실제로 교회 집사님, 직장 동료, 고향 친구 등이 공유해주니까 보았고

그 내용이 맞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은 유독 50, 60대 어르신에 머물러 있다.

왜 어르신들이 유독 국뽕 튜브 콘텐츠를 보게 되는 걸까




국뽕 튜브를 보게 되는 어떤 경로


핸드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르신들이 자신의 멀쩡한 핸드폰을 들고 와서 

'이거 핸드폰이 이상하다', '이 기능은 도대체 왜 안되는 거냐'와 같은

말들을 자주 하신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친구는 '또 오셨구나'라는 속내를 감추고

핸드폰을 만지면서 이 기계는 절대 고장나지 않았으며,

이 기능은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라며 차근차근히 설명한다고 한다.


그렇게 핸드폰을 만지다보면 의도치 않게 

어르신의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 창을 보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자주 보게 되는 것이 바로 국뽕 튜브 영상이라고 한다.

어르신들끼리 그 영상들을 공유하면서 시청을 독려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힌 셈이다.



어르신들이 국뽕 튜브에 빠지는 경로는 대략 이럴 것이다.

우선 어르신은 공유받은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될 것이다.

기계에 능숙하지 못한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영상을 스킵하지 않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영상에 삽입된 첫 광고, 중간 광고도 당연히 끝까지 보게 될 것이다(물론 나중에는 광고만큼은 'skip' 버튼을 누를 것이다).


이렇게 사용자가 어떤 한 영상을 보게 되면

그 다음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 영상과 비슷한 것들을 마구 추천하기 시작한다.

'너가 방금 영상을 끝까지 봤으니 이 영상도 재밌을 것이다'라며 소개한다.

(실제로 전 유튜브 개발자는 '알고리즘이 가짜뉴스와 확증편향을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그렇게 추천된 영상을 하나 둘씩 보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유튜브 타임라인에는 죄다 비슷한 영상들이 도배되어 있다.

수많은, 다양한 국뽕 튜브 영상들만 클릭해서 볼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유튜브가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처음에 국뽕 튜브를 접하게 된 것처럼

본인도 주체적으로 다른 이들에게 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국뽕 튜브가 유튜브에서 사라질 수가 없는 이유


이러한 국뽕 튜브 콘텐츠를 분별력 없이

그대로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당연히 믿지 않고 문제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바로 유튜브에 있다.

유튜브의 시스템은 가짜 뉴스를 아메바처럼 양산하는

국뽕 튜브 채널에게 제법 유리하게 만들어졌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본 한 콘텐츠의 영상 재생 지속 시간이 높을수록

이와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심지어 어떤 콘텐츠의 섬네일을 클릭하고 잠깐만 보았을 뿐인데도

관련 콘텐츠를 알고리즘에서 추천해주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런데 내가 어떤 콘텐츠가 너무 질적으로 떨어지고 거짓투성이라고 생각해서

'싫어요'를 누른다고 하더라도 

이제 유튜브에서는 영상의 '싫어요' 수를 볼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콘텐츠에 불만을 제기하는 댓글을 달아본다고 치자.

하지만 채널 주인이 그 댓글 작성자 본인만 댓글을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그 댓글을 못 보게 설정할 수도 있다.

작성자는 불만을 제기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너무도 쉽게 묵살이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댓글조차 달 수 없게 만들도록

댓글창을 막아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유튜브에서는 콘텐츠의 조회수와 좋아요 수만 볼 수 있는 설정을

가능케 만들어서 창작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들이 어떤 콘텐츠를 만들든 간에.


유튜브 입장에서는 어쨌든 창작자들이 돈을 벌게 만들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국뽕 튜브를 보는 시청자들은 연령대 특성상

유독 한 콘텐츠에 대한 시청 지속 시간이 길고

광고도 스킵하지 않고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유튜버는 '국뽕 튜브'라는 판타지를 양산하고,

시청자는 그 판타지를 보며 사실인 줄 알고 주변인에게 공유한다.


그리고 유튜브는 유튜버가 판타지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시청자가 그 판타지에 끊임없이 노출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래서 '국뽕 튜브'는 돈을 못 벌래야 못 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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