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직접 말한 적이 있다
김장훈의 히트곡으로 알려진 '난 남자다'.
2000년에 나왔지만 지금 들어도 제법 신나는 이 노래를 작곡한 사람은 바로 유희열이다.
이 노래는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소리로 시작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yhjFvMtYc
그리고 이 도입부는 꽤나 유명한 Santana의 'Europha'라는 노래의 도입부와 비슷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0dLa3zRfdw
이 두 노래의 도입부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내가 음악적 지식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유희열이 본인의 입으로 직접 두 노래의 도입부가 비슷하다고 말한 걸 라디오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유희열이 진행하던 라디오에서 김장훈이 게스트로 나왔고, 이 둘이 함께 노래에 관련된 일화를 풀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당시 김장훈은 "하여튼 유희열은 참 표절 안 걸려~"라며 농담을 뱉었고 유희열도 그 농담을 듣고 엄청 웃었다. 그리고 청취자인 나도 농담을 듣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서 유희열은 예능 프로에 나와서도 본인의 입으로 '난 남자다'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https://tv.naver.com/v/1657627
김장훈이 새벽에 자신의 집에 쳐들어와 곡을 쓰라고 말을 했고
그렇게 해서 급하게 쓴 노래가 바로 '난 남자다'인데,
"이것도 뭐랑 좀 비슷해"라고 직접 말하면서
Santana의 노래의 도입부를 언급하기도 한다.
만약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가지고 표절한 작곡가라면
본인의 입으로 그 아티스트의 음악을 절대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들키기 싫어서, 혹은 죄의식 때문이라도 언급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심지어 모든 사람이 접할 수 있는 방송같은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유희열은 본인이 만든 음악이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직접 말하고 있다.
그래서 유희열은 지금까지 '표절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좋은 '레퍼런스'를 잘 활용했으며 존경하는 아티스트의 노래에 대한 '오마주'를 바쳤다고 생각했기에
본인의 입으로 작곡에 대한 일화를 풀어내지 않았을까.
자신의 영화에 수많은 영화 레퍼런스를 가져오고 그 레퍼런스를 직접 언급까지 하며
"나는 지금껏 만들어진 모든 영화들을 훔친다"고 말했던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유희열도 지금껏 만들어진 음악들을 잘 훔쳐냈을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훔친다'는 건 부정적 의미가 아니고, '가져온다' 정도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NX3dQ-I-k6Q
실제로 유희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영상에 달린 댓글 중 하나는
유희열이 그의 6집 앨범 수록곡들에 대해서 직접 설명한 내용을 예시로 들고 있다.
노래들의 레퍼런스가 되는 아티스트나 모티브를 직접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저 노래들을 들어보면 언급된 아티스트의 이름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유희열은 최근 류이치 사카모토 표절 관련 입장문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되었고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여기서 그는 표절 의혹을 받은, 그리고 표절이라고 인정한 '아주 사적인 밤'이라는 곡이
'레퍼런싱'이나 '오마주'처럼 어떤 의도가 들어간 창작이 아니라,
'무의식'에서 비롯된 창작이었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정말 의아하다.
그는 예전부터 '타란티노'처럼 곡을 만들었다고 스스로 말해왔던 사람인데...
왜 '순수 창작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는지.
그리고 정말 궁금하다.
유희열 혹은 Toy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노래들이 현재
표절 의혹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어쨌든 이번 표절 논란은
창작자나 창작물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이들에게 나름 진지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어쩌면 표절 논란은 너무도 고리타분한 주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창작물이라는 게 계속 나오는 이상 영원히 계속될 주제일 것이다.
내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하게 되는 생각은,
창작자라면
본인 스스로 다른 작품에 기대지 않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거나
남의 것을 가져온 창작이더라도 본인만의 철학적인 창작관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