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엄마는 행복해요?

욕심의 가지치기.

by 주다

일타스캔들 14화의 한 장면이다.

해이의 교통사고가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 일수도 있다는 걸 알고 선재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엄마를 찾아가 해이가 깨어났을 때 떳떳해지고 싶다며 시험지유출 사건을 학교에 털어놓자고 힘겹게 엄마를 설득하는 선재.

하지만 선재엄마는 그런 선재의 마음을 외면한다.

“ 넌 잘 몰라, 이 사회가 얼마나 노골적이고 원색적이고 직업적 포지션을 중시하는 덴지 선재야, 조금만 거의 다 왔어.”

포기했다는 듯 엄마의 손을 뿌리치던 선재의 눈은 내내 내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다.

“그래서 엄마는 행복해요?”

“엄마는 좋은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행복하냐고요.”



선재의 눈물, 선재 엄마의 눈물은 우리 모두의 눈물일지도 모른다.

아들을 일류대학에 보내 사회에서 촉망받는 사람으로 서 있게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

나를 희생해서라도 엄마의 바람대로 해드리고 싶은 마음.

결국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마음들이다.

하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그들의 마음은 자꾸 엇갈린다.

억눌리던 마음이 폭발하고 서로를 향해 시퍼런 비수를 꽂아댄다.

아들의 좌절, 엄마의 욕심.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공부일까.

좋은 대학과, 좋은 직업을 갖고자 겪는 과정이 불행하다면 그 끝이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

40대가 되어보니 좋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어도 무너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작은 것에,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해야겠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내 아이에게는 주도적인 인생을 가르쳐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가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다짐했었다.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게 보통만 따라가게 해 주자.

하지만 초등 3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아직도 그 마음이 그대로인가?

대답은 아니요 이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달라졌을까.

내 마음속에 보통이란 단어의 무게감이 틀려졌다.

보통을 수치화로 나타내 처음이 6 정도였다면 지금은 8 정도 됨을 느낀다.

가을이의 학습을 봐주며 아이는 생각보다 잘 따라왔다.

그러다 보니 나의 기대치가 커지며 욕심이란 놈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 욕심이란 놈은 몸을 부풀리며 나를 눈멀고 귀 막게 만든다.


누구네 집은 벌써 원서를 읽는데, 수학은 심화학습서를 푼데.

그저 남의 집 일일뿐인데 내 마음은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하나, 가지 않겠다고 집에서 너무 방치 아닌 방치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갈팡질팡 휘둘리는 사이 가을이 또한 무질서하게 흔들린다.

그 무질서함은 엄마와 아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든다.

이 정도도 힘들면 어떡해, 다른 아이들은 학원에서 하루 종일 있다가도 집에 와서 학원숙제하고 개인공부까지 하는데.

결국은 비교지옥에 입장함으로써 악순환은 이어진다.

엄마의 한숨소리, 아이의 한숨소리 도돌이표.

우리는 행복하지 않았다.

고등학교까지 12년의 긴 마라톤에서 아직 50미터도 안 왔는데 우리는 힘들다고 주저 않았다.



그 주저 않음이 또 다른 나를 일깨운다.

마라톤에서 1등을 해야만 하는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그러니 잠깐 주저 않았다고 포기할 필요가 없다.

결국 일어서게 만드는 것도 엄마 몫이다.

내가 넘어뜨린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때부터 교육 유튜브를 찾아보고 교육서를 찾아 읽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넘어지지 않기 위해.

초심이 흐트러지면 반복해서 찾아 읽고 찾아본다.

나 자신을 일깨우고 가을이의 손을 잡아 일으키기 위해.


그리고 가을이에게 말한다.

네가 즐겁게 할 수 있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엄마 아빠는 고등학생 이후의 인생까지는 책임져 줄 수 없어.
그런 분야를 아직 찾지 못했다면 책을 보고, 일단은 공부를 해야 해.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 뒤쫓아 갈 수 있지.

아이는 알겠다고는 대답하지만 행동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엄마의 말이 현실로 와닿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나는 아이와 이제 거리 두기를 하면서 마라톤을 시작했다.

엄마는 엄마 일을 하고 가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확인하고 코칭하고 훈수를 두는 일은 아직까지 끊지 못했다.

이제 자신의 공부를 시작한 가을이에게 방향과 방법은 설명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목표는 아이가 중학교에 갈 무렵에 주도적인 공부를,

주도적인 인생을 살아갈 초석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거다.

엄마 손에 이끌려 불행한 거보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실패하고,

성공함으로써 작은 행복을 찾길 바란다.

가끔 가을이가 지쳐 주저 않거나 뒤돌아 봤을 때 항상 그 자리에서 손잡아 줄수 있는 엄마가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욕심을 가지치기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가을이의 공부는 못 본척하고 나의 책을 읽고 유튜브를 찾아 시청한다.


요즘 나의 플레이 리스트에 매일 재생되는 곡이다.

나에게, 아이에게 해주싶은 말이라서.

괜찮아(fine), 소란


모르겠거나 낯설고 무서울 때

매일 밤 걱정이 되고 어떡할까 고민될 때

혼이 나거나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미워지거나 도망치고 싶어질 때

한 번쯤 떠올려줘 너는 지금

괜찮아 어디로라도 가도 좋아

왜냐면 내가 여기 있을 테니까 이제

괜찮아 언제든 돌아와도 좋아

왜냐면 내가 널 기다리니까

눈부신 너의 웃음소리

힘이 없거나 아무것도 못했을 때

낯선 곳에 혼자거나 하루 종일 후회될 때

한 번쯤 떠올려줘 너는 지금

괜찮아 어디로라도 가도 좋아

왜냐면 내가 여기 있을 테니까 이제

괜찮아 언제든 돌아와도 좋아

왜냐면 내가 널 기다리니까

눈부신 너의 노랫소리 빛나던 너의 세상들이

멀어지거나 모두 어딘가로

가버린 것 같아질 때도

천천히 와 여기서 다들 기다리고 있었어

괜찮아 그냥 그대로라도 좋아

지금 이대로 아름다우니까

괜찮아 실수하고 틀려도 좋아

왜냐면 정답은 없을 테니까 이제

괜찮아 몇 번을 물어봐도 좋아

나에게 사랑은 전부 너니까

(눈부신 너의 웃음소리)

괜찮아 실수하고 틀려도 좋아

(너의 노랫소리) 왜냐면 정답은 없을 테니까

(눈부신 너의 웃음소리)

이제 괜찮아 몇 번을 물어봐도 좋아

나에게 사랑은 전부 너니까



사진출처: tvn 일타스캔들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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