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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 Feb 01. 2024

방학 중, 엄마의 독서력은 불타오른다.

읽는 척하다 보니  읽는 사람이 되어간다.

"엄마, 엄마는 취미가 독서야?"

"응? 응 그렇지."

한 템보 늦은 엄마의 반응.

순간 생각한다. 내 취미가 독서인가?

그리고 작년의 읽었던 책 리스트를 살펴본다.

열심히 읽었다. 교육서적과 아이들 책만 읽던 내가

작년에는 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 단편, 장편소설, 교육서적, 고전, 자기 계발서까지

읽는 분야도 많이 넓어졌음을 리스트를 통해 확인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특별한 점을 발견한다.


아이들의 방학기간에는 한 달 독서량이 굉장히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월평균 8~9권을 읽는다면 아이들의 방학중에는 12~13권이 평균이 된다.

올 1월에도 13권으로 긴 겨울의 방학 한 달을 마무리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본즉,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땐 더욱더 의식적으로 책을 펼쳐드는 나를 찾아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음식을 하는 중간, 잠깐 앉아서 쉬는 타임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며 옆에서 나는 책을 읽어 나간다.

그럼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아니다.

책보다는 넷플릭스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이 더 재밌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아이들의 교육기준점을 책으로 잡았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노력을 하게 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엄마를 통해 책을 인식하게 된다. 


처음엔 엄마가 무슨 책을 읽는지 관심도 없던 

아이들이 변해간다.

어느 날부터 

"엄마 무슨 책 읽어?"

"이 책 엄청 두껍다 몇 쪽까지 있어?"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놓여있는 책들을 보며 자연스레

지식을 습득하기도 한다.

한 번은 첫째가 로켓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듣던 둘째가 

"나도 알아 일론 머스크잖아."

하며 지식을 뽐낸다.

나는 둘째에게 

"네가 일론 머스크를 어떻게 알아? 대단하다."

하고 칭찬했다. 그 칭찬에 흡족해하며 둘째가 말한다.

"엄마가 일론 머스크 책 읽어었잖아 그때 다 봤어."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책만으로도 아이들은 안보는 척

다 보고 있다는 걸 아이들 스스로 증명해 낸다.


또한 아이들의 기본적인 습관이 잘 잡히는 걸 볼 수 있다.

내가 TV를 잘 보지 않으니 아이들도 TV를 잘 보지 않는다.

본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시작시간을 알아두고 그 시간이 되어야 TV를 켠다.

그리고 끝나면 미련 없이 TV를 끈다.

그럼 나는 전혀 TV나 휴대폰을 보지 않느냐?

그럴 리가. 

보고 싶은 드라마, 영화도 보고 

인스타그램에 빠져 오랜 시간 배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은 아이들이 없거나 잠든 시간을

이용해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리고 방학중에는 더욱더  책을 펼치고 읽는 척이라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책이 너무 재밌어 죽겠다는 명연기를 펼친다.

엄마의 그런 모습들을 보고 아이들은

조용히 책을 가져와 읽기도 하고

아주 천천히 책에 스며든다.



그 스며드는 과정에는 엄마의 많은 노력과 끈기가 수반되기도 한다.

일정한 주기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빌린 책들은 꼭 읽자는 규칙을 정하고 지킨다.

일과 중 책 읽은 시간의 비중을 확보해 주고

틈틈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이 기본적인 규칙들만 잘 지켜져도 

아이들이 책을 쥐고 읽는 모습이 늘어나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은 엄마의 책 읽은 습관을 강화시키고

좋은 선순환의 사이클이 완성된다.

내가 방학 중 독서에 더욱 열중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읽다 보니 습관이 되고 

읽지 않으면 허전하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집안 곳곳 책들을 놓아두고

틈나는 대로 책을 펼쳐든다.

그 안에서 우리는 책들과 친구가 되어가고

읽는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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