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오늘을 산다.
월화수목금금금, 수목금월화화화
매일 되풀이되는 평일의 연속.
24시간 붙어있는 두 형제는 오늘도 맞붙었다.
싸우는 이유는 그야말로 가지각색.
싸움에 색깔을 덧붙일 수 있다면
이번 방학에 벌써 50가지 색깔을 발명해 냈을 두 형제.
오늘의 원인은 자리싸움이다.
소파 왼쪽 끝, 두 판다가 자리하고 있는 자리
그 들은 항상 그 끝자리를 선호한다.
책을 읽을 때, tv를 볼 때, 게임을 할 때까지
거기에 꿀이 발라져 있나 할 정도로
그 자리에만 집착하는 그 들을 보며 엄마 아빠는
오늘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오늘의 싸움도 정말 사소하게 시작되었다.
사이좋게 영어영상을 보던 중 가을이는 화장실이 가고 싶었나 보다.
영상을 정지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단풍이는 쨉 싸게 모서리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동생이 있는 걸 보고 그가 외친다.
"비켜 내 자리야, 내가 앉아 있었어."
"형이 비켰잖아, 내 자리야."
"그만하세요. 아무 데나 앉으면 어때."
단호하고 차분하게 아이들에게 엄마의 소리를 전한다.
하지만 엄마의 말은 자신들의 아집에 둘러싸여
그 들에게 가 닿지 않는 상황.
동생이 비키지 않자
밀어내는 가을이와 절대 그럴 마음이 없다는 듯
버티는 동생.
밀어내는 자와 버티는 자의 실랑이 속에 그들의 쓸데없는
아집이 피어오르고 하찮고 쓸모없는 고집을 피우기 시작한다.
"비키라고 내가 먼저 않아 있었다고."
"싫어, 내가 먼저 앉았어, 절대 안 비켜."
일촉즉발의 상황.
그 상황에 엄마의 분노는 한껏 부풀어 오른다.
'좋게 얘기하면 말을 안 듣지'
"둘 다 그만, 영상 꺼."
큰 외침이 오고 간 뒤에야 정신을 차린 두 형제.
"그게 싸울 일이야? 가을이 거기에 니 자리라고 이름 써져 있어?
너만 앉아야 된다는 법이라도 있니?
단풍이, 그렇게 니 고집만 세워야겠어?
둘 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행동하고 말하라고 했지?"
다다다다...
엄마의 끝없는 잔소리에 가을이는 억울함과 서운함이 몰려오는 모양이다.
방으로 들어가더니 울기 시작한다.
그 구슬픈 울음소리에 엄마도, 동생도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게 그렇게 서러울 일인가, 내가 너무 몰아붙였나'
동생 단풍이도 한 참 형이 우는 소리를 듣고 있더니
마음이 좋지 않은 지 나에게 와서
"엄마 형한테 미안하다고 편지 쓸까?"
하고 속삭인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앉아서 서툰 글씨로 편지를 쓰고 형에게 살짝 주고 오는 단풍이.
동생의 편지를 받고 조금은 마음이 진정 됐는지
거실로 어색한 발걸음을 옮기는 가을이.
두 아이를 소집해 오늘의 상황을 정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규칙을 정한다.
다시는 같은 일로 맘 상하는 일이 없도록.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는 다른 사람이 앉을 수 있다.
내 자리라는 건, 같이 사는 가족에겐 없는 말이다.
내 의견을 말하는 건 좋으나 서로에게 상처되는 말
강제성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진정이 되고 나서 엄마가 하는 말에 두 아이도 긍정의 미소를 보낸다.
이로써 오늘의 자리다툼은 동생의 웃음 나는 편지와
가족끼리의 규칙을 정함으로써 마무리 됐다.
아이들의 싸움에 나의 한 숨은 늘어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배운다.
내가 아이들의 싸움에서 매일 강조하는 건
내가 상대방의 되어 그 말과 행동을 받았을 때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아직은 잘 되지 않음에 조바심이 나지만
사소한 다툼 속에 엄마의 말이 이해가 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3살 차이가 나면 별로 싸울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엄마의 크나큰 착각은
주위에 7살 차이가 나도 매일 싸운다는 집의 소식을 듣고
오늘도 안도의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나는 오늘을 산다.
에필로그.
엄마가 친구의 병문안으로 자리를 비운 몇 시간.
아빠는 야간근무로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외출하기 전
"아빠 주무셔야 하니까 조용히 하고
가을이는 엄마 아빠 없으면 네가 동생 보호 자니까 잘 돌봐 줘야 해."
라고 이르고 외출을 했다.
6시간의 외출 후 귀가한 나를 붙잡고
동생 단풍이는 오늘의 하루를 브리핑한다.
"엄마 나 똥 쌌는데 형아가 똥 닦아줬어
그리고 구구단 외우는 것도 봐주고
수학학습지랑 국어 푸는 것도 형아가 봐주고 채점도 매 줬어."
"진짜? 우와 형이 단풍이 잘 돌봐줬네."
그리고 가을이를 쳐다본다.
쑥스러운 듯 웃어 보이는 나의 큰 아들.
철없는 모습만 보다가 가을이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동생에게 툴툴대도
엄마 아빠가 없으면 누구보다 동생을 위하는
츤데레 형아 가을이.
오늘 저녁은 엄마가 쏜다.
가을이의 마음속에 품은 멋진 씨앗을 발견한 기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