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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 Jan 18. 2024

슬기로운 방학생활

야외활동은 즐거워

"겨울이 제일 좋아."

"와 눈썰매 오랜만에 탄다."

겨울이 제일 좋은 아이들. 

겨울이 제일 싫은 엄마.

동상이몽의 생각을 가진 엄마와 아이들의 발걸음은 눈 썰매장으로 향한다.

아이들의 방학 계획 중 하나인 눈 썰매장.

집에 있는 게 가장 행복한 엄마이지만

아이들의 방학 계획을 일주일에 하나씩은 이뤄드리는 게

인지상정.

애써 가시 싫은 마음을 들킬세라

신나는 척, 기다려지는 척하는 연기자 모드의 엄마로 변신한다.


내복에 부츠, 넥워머, 방수바지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우리는 눈 썰매장으로 입장했다.

하얀 눈들이 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 

알프스마을.

눈으로 만든 캐릭터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고

얼음분수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뽐내며 잘난 척하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은 입장하자마자 밭에 풀어놓은 강아지들

마냥 헤헤 거리며 신이 나서 뛰어다닌다.

'그래 저리 신나 하는데 오늘 하루 열심히 놀아보자'

아이들의 밝은 미소가 겨울이 싫다는 엄마 마음속의 벽을 허물어 뜨린다.


첫째 가을이의 첫 번째 코스는 눈썰매의 꽃.

상급자 코스의 튜브 썰매다.

빠른 스피드와 스릴감을 좋아하는 가을이.

겁 많은 엄마는 제쳐두고 아빠와 함께 긴 썰매의 터널에 입장한다.

동생 단풍이는 상급자 썰매의 키 제한의 조건에 불충분.

더 크면 오라는 퇴짜를 맞고

나와 함께 빙판 썰매장에 입장한다.

투명한 얼음판 그곳에서 우리는

한 마리의 상어와 물고기가 된다.

상어가 된 나는 "빠밤 빠밤" 노래를 외치며 단풍이 뒤를 쫓고

단풍이는 신이 나서 상어에게 잡아 먹힐세라 서툰 솜씨로

썰매 스틱을 힘껏 내리치며 도망치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한 참을 놀던 중 가을이와 아빠도 상어 놀이에 동참한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팔다리가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썰매 스틱을 찍고 다니느라 손목은 너무 아프고

썰매에 쭈그려 않아 있으려니 무릎이 너무 쑤신다.

한 번 놀기 시작하면 오늘만 살 것처럼 노는 두 아이들.

아이들과 놀기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열심히 운동을 했건만.


현실은 

'여기는 어디 , 나는 누구?'

미치도록 한 쪽 어딘가에 눕고 싶은 마음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멍 때리는 모습을 보고 남편과 아이들은 낄낄대기 시작한다.

그래 웃어라.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겠니.

그렇게 나는 마음과 몸의 불협화음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근력운동에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렇게 우리는 밤 7시가 넘도록 빙판 썰매, 얼음 썰매, 튜브썰매, 눈놀이를 하면서

하루를 하얗게 불태웠다.

아이들은 추위도 잊은 채 하루종일 하하 호호 뛰어다니기 바빴고

나는 추위에, 쳐지는 몸을 붙들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나의 뇌를 일깨우며

추운 하루를 견뎌냈다.

그 추운 하루 속에서도 내 마음속의 꽃은 피어났다.

아이들의 야외체험 숙제 하나를 끝냈다는 후련함과

달이 뜬것처럼 환하게 웃어 보이는 그들의 미소에

올 겨울 따뜻한 추억이 또 하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외친다.

"다음 체험은 온천이다 앗싸."

그래 그래도 온천은 실 내니까 좀 더 낫다.

오픈시간부터 마감시간까지 놀겠지만.

그전까지 보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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