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은 즐거워
"겨울이 제일 좋아."
"와 눈썰매 오랜만에 탄다."
겨울이 제일 좋은 아이들.
겨울이 제일 싫은 엄마.
동상이몽의 생각을 가진 엄마와 아이들의 발걸음은 눈 썰매장으로 향한다.
아이들의 방학 계획 중 하나인 눈 썰매장.
집에 있는 게 가장 행복한 엄마이지만
아이들의 방학 계획을 일주일에 하나씩은 이뤄드리는 게
인지상정.
애써 가시 싫은 마음을 들킬세라
신나는 척, 기다려지는 척하는 연기자 모드의 엄마로 변신한다.
내복에 부츠, 넥워머, 방수바지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우리는 눈 썰매장으로 입장했다.
하얀 눈들이 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
알프스마을.
눈으로 만든 캐릭터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고
얼음분수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뽐내며 잘난 척하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은 입장하자마자 눈 밭에 풀어놓은 강아지들
마냥 헤헤 거리며 신이 나서 뛰어다닌다.
'그래 저리 신나 하는데 오늘 하루 열심히 놀아보자'
아이들의 밝은 미소가 겨울이 싫다는 엄마 마음속의 벽을 허물어 뜨린다.
첫째 가을이의 첫 번째 코스는 눈썰매의 꽃.
상급자 코스의 튜브 썰매다.
빠른 스피드와 스릴감을 좋아하는 가을이.
겁 많은 엄마는 제쳐두고 아빠와 함께 긴 썰매의 터널에 입장한다.
동생 단풍이는 상급자 썰매의 키 제한의 조건에 불충분.
더 크면 오라는 퇴짜를 맞고
나와 함께 빙판 썰매장에 입장한다.
투명한 얼음판 그곳에서 우리는
한 마리의 상어와 물고기가 된다.
상어가 된 나는 "빠밤 빠밤" 노래를 외치며 단풍이 뒤를 쫓고
단풍이는 신이 나서 상어에게 잡아 먹힐세라 서툰 솜씨로
썰매 스틱을 힘껏 내리치며 도망치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한 참을 놀던 중 가을이와 아빠도 상어 놀이에 동참한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팔다리가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썰매 스틱을 찍고 다니느라 손목은 너무 아프고
썰매에 쭈그려 않아 있으려니 무릎이 너무 쑤신다.
한 번 놀기 시작하면 오늘만 살 것처럼 노는 두 아이들.
아이들과 놀기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열심히 운동을 했건만.
현실은
'여기는 어디 , 나는 누구?'
미치도록 한 쪽 어딘가에 눕고 싶은 마음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멍 때리는 모습을 보고 남편과 아이들은 낄낄대기 시작한다.
그래 웃어라.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겠니.
그렇게 나는 마음과 몸의 불협화음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근력운동에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렇게 우리는 밤 7시가 넘도록 빙판 썰매, 얼음 썰매, 튜브썰매, 눈놀이를 하면서
하루를 하얗게 불태웠다.
아이들은 추위도 잊은 채 하루종일 하하 호호 뛰어다니기 바빴고
나는 추위에, 쳐지는 몸을 붙들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나의 뇌를 일깨우며
추운 하루를 견뎌냈다.
그 추운 하루 속에서도 내 마음속의 꽃은 피어났다.
아이들의 야외체험 숙제 하나를 끝냈다는 후련함과
달이 뜬것처럼 환하게 웃어 보이는 그들의 미소에
올 겨울 따뜻한 추억이 또 하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외친다.
"다음 체험은 온천이다 앗싸."
그래 그래도 온천은 실 내니까 좀 더 낫다.
오픈시간부터 마감시간까지 놀겠지만.
그전까지 보약이라도 먹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