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가정의 품으로.
"겨울 방학 시작이다."
아이들이 외치는 소리다.
라떼에도 이 소리는 참 반가운 자유의 소리였는데
엄마가 된 입장에서는 그리 반갑기만 한 소리가 아니라는데서
입장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난다.
이 맘때쯤에는 방송이나 라디오만 들어도 엄마들의 세끼 식사의
걱정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 어려움이 나라고 다를까.
일단은 한 명이라도 함께 있는 시간을 줄여보고자
4학년인 가을이의 겨울 학생캠프를 신청해 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딩, 영어 모두 떨어지는 불운을 맛보았다.
그 소리인즉슨 2달의 방학 동안 24시간 1,2호와 함께 붙어 있어야 한다는 소리.
언제부터인가 마음의 평안을 위해 모든 것을 수긍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 아직까지는 엄마와 함께 겨울방학을 보내라는 하늘의 뜻이 있겠지."
하며 그 불운을 씻어낸다.
그리고 나름의 준비를 시작해 본다.
방학의 계획표 짜기가 그 첫 번째다.
평소에 하던 계획에 이 번 방학에 보충해야 할 부분을 첨가해 방학 계획표를
작성한다.
학기 중에는 시간별로 계획표를 짜지 않는다.
하지만 방학에는 시간별로 계획을 짜게 한다.
그래야 엄마인 나도 잔소리를 덜하게 되고 아이들도 계획표를 보고
본인들이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 시간인지를 인지할 수 있다.
이 시간계획표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는 꽤나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단풍이의 계획표.
둘째 아이들의 먹거리 쇼핑을 한다.
냉동피자, 핫도그, 냉동 볶음밥 종류들, 스파게티, 김 종류도 가지각색
간식종류까지 모두 섭렵한다.
하루세끼에 간식까지 두 아이를 먹이려면 생각보다 많은 식재료가 소모된다.
음료수부터 곰국까지 쇼핑리스트는 화려하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정리한다.
나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될 수도 없다.
세끼를 잘 챙겨주는 것만으로 나는 훌륭한 엄마다.
간식은 아이들이 알아서 먹을 수 있게 팬트리에 정리하고
세끼의 밥은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대충 하지만 그럴싸하게 보일만한 식사 준비를 해낸다.
셋째. 도서관과 아이들의 방학 때 놀 리스트를 함께 정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 가는 날.
가서 하루종일 책을 읽어도 좋고 할 공부를 해도 좋다.
도서관매점에서 음식과 간식을 때우며 지겨운 집밥에서
하루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족모두에게 제공한다.
또 방학이라고 집에만 있을 수 없기에
방학 때 아이들이 하고 싶은 리스트를 작성해 일주일에
하나씩 해결해 준다.
아이들은 눈썰매, 친구랑 노는 날, 온천 가는 날
가지각색의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면 나는 일주일에 하루 씩 선심 쓰듯 그날의 공부를 빼주고
아이들과 겨울의 추억을 나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겨울방학의 3일 차.
모든 것이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일어나서 본인들의 계획표를 보면서 이 거 할 시간이네
하며 몸을 움직인다.
물론 계획은 한 시간이나 15분, 20분 만에 끝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본인들은 하루종일 공부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집중해서 그걸 끝내는 시간을 작성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하루 2~3시간 안이면 본인들이 할 계획의 분량이
끝나는 걸 받아들인다.
엄마의 잔소리보다 디테일한 수치가 아이들을 인정하게 만든다.
긴긴 겨울, 방학
우리는 이렇게 좌충우돌 하루하루를 지낼 것이다.
나의 마음은 바쁘지만 아이들곁에서 그들의
하루를 내밀하게 관찰하고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번 방학은 나에게 뜻깊은 기간들이 될 거라 믿는다.
그리고 아이들도 늦잠도 자고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따뜻한 방학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