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의 하루하루.
나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동면에 들어가는 동물처럼 잠은 쏟아지고 추위에
더욱더 몸은 움츠려든다.
그런 내가 12월 한 달 내내 기침으로 고생 중에 있다.
약을 먹어도 이 기침은 내 몸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빈대가 걱정이라고 하는데 올 겨울 빈대보다 더 한 기침으로
누구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는 중이다.
잊을만하면 병원 행, 약은 독하니 잠은 더 쏟아지고
어느새 12월 31일이 지나 새해가 되었단다.
하루하루 크게 달라질 거 없는 하루 속에서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해는 떠오르고
"너 이제 마흔 한 살 이래."
하고 나의 현 상태를 고지해 준다.
새해가 되니 뭔가를 시작해야 할 거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나의 몸은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
왜 이 겨울에 새 해가 돌아오는 걸까?
따뜻해지는 봄과 함께 오면 안 되는 것일까?
쓸데없는 생각들로 허송세월 하다 보니 어느새 2024년은 밝았다.
여전히 나의 기침은 콜록콜록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일주일에 한 번은 병원 다니기 바쁜 이때.
한 해가 갔다고 모두들 밝게 인사를 전한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따듯한 연말 보내요.
올해는 작년보다 더 행복해지세요.
누구보다 추웠던 겨울에 온기가 느껴지는 말들이다.
이래서 겨울에 새 해가 오는 건가 싶을 정도로
연말, 새해가 되자 사람들은 따듯한 말을
전달하느라 바쁘다.
그 온기들을 받으며 움츠려 들었던
몸을 일으켜보려고 한다.
받았으면 또 주는 게 인지상정.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나마 마음을 전하고
올해는 어떻게 살아보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결국 이 겨울 끝엔 봄이 오겠지.
빈대 같은 기침도 겨울이 가기 전에 떠나가겠지.
지금은 힘들지만 모든 건 지나간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느낄 감정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런 감정들이 유독 겨울에만 찾아오는 이유는
그 고요함과 쓸쓸함 때문일까?
그 쓸쓸함을 이겨내라고 이 겨울에 한 해가 시작되나 보다.
오늘 떠오른 해는 어제와 다른 2024년의 해래.
새롭게 떠오른 해를 보면서 1년을 다시 시작해 봐.
그렇게 시작해 어느새 하루하루에 무디어 갈 때쯤
또다시 봄이 시작된다.
새싹이 피어나고, 땅도 사람의 마음도 바람도 간질간질한
계절.
그 계절이 오면 나는 또 설렘환자처럼 살아나겠지.
한 해를 시작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잠시 쉬어가면 어때.
한 해를 시작하며 하나 시작하고
봄이 되면 또 하나 시작하고
잊지 말고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시작해 보자.
그럼 된다.
오늘은 추운 날에 산책한 번하고
내일은 추운 날에 따듯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따듯하게
충전하고
그렇게 하루를 견뎌내 보자.
새롭게 떠오른 해처럼 겨울은 또 그렇게 가고
살랑살랑 너의 마음을 흔들어 줄 봄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