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의 공든 탑.
어제도 방학 중, 오늘도 방학 중, 내일도 방학 일 예정.
방학은 아이와 온몸을 맞대어 24시간을 소통하며 공든 탑을 쌓아 올려야 할 타이밍.
학기 중의 부족한 학습을 하고, 여유롭게 책의 세상과 대면하며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각자의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그런 우아한 겨울 방학을 계획했건만.
두 아이가 하루에도 수십 번을 불러대는 통에 잠깐 화장실을 가도
“엄마”하는 환청이 들리는 오늘을 살고 있다.
싸우는 소리, 게임하는 소리, 먹는 소리, 총 쏘는 소리 온갖 소음으로 나의 귀는 예민함 최대치.
“애들아, 엄마 귀가 너무 아픈데 제발 작게 얘기하면 안 될까?”
“알았어”
라고 쿨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아이들.
하지만 5분도 되지 않아
자신 있는 대답은 자취를 감추고 귀를 때리는 소음들로 매일을 채운다.
이번 방학은 친절한 엄마의 콘셉트로 우아함과 활기참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다짐했건만 현실은 앙칼진 암사자 한 마리가 으르렁대며 아이들을 다그치기 바쁘다.
내 일은 뒷전이 되기 일쑤고 일어나자마자 아이들 밥 차려주는 일로 일과를 시작한다.
올해 4학년이 되는 가을이는 스스로 계획표를 짜놓고 잘 실천하는 거 같지만 불쑥불쑥 뒤로 미루고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어도 혼자 읽는 건지 내가 같이 읽는 건지 모를 정도로 엄마를 불러 책 내용을 공유하기에 바빠서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둘째 단풍이는 올해 1학년에 입학예정.
첫째와 다르게 아직도 더듬더듬 한글을 못 떼어 한글 떼기 프로젝트 중이다.
받침 없는 동화책을 읽히고 다른 동화책은 내가 읽어주고 독서통장에 읽은 책 제목을 따라 쓰게 시킨다.
느린 소 근육을 키워줄 종이접기를 더듬더듬시키고
수학과 한글 학습지를 봐주어야 그의 일과가 끝난다.
오롯이 엄마의 시간과 에너지가 투자되어야 하는 시간이다.
여유가 없어서인지, 아이들의 일과가 1분 1초 단위로 내 눈에 보여서 인지 그 모습이 탐탁지가 않다.
이 탐탁지 않은 마음으로 60일 이상을 같이 생활한다는 건 아이들과 내 정서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
약간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점 속에 숨어있는 작은 씨앗을 발견해 보려고 노력해 보자.
작년 크리스마스가 다가 올 무렵을 떠올려 본다.
단풍이가 어느 날부터인가 나에게 무한 칭찬을 던진다.
의미도 감정도 없이 무감각하게.
“엄마 오늘 엄청 예쁘다.”
“엄마 날씬하고 예쁘네.”
“엄마 친절하고 예쁘네.”
요즘 왜 이렇게 엄마한테 칭찬을 잘해줘?라고 물으니 단풍이가 답한다.
“예쁜 말을 많이 해야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지”
이런 계획적인 어린이를 봤나.
그 후로도 단풍이는 가뭄에 콩 나듯 엄마에게 다정한 칭찬을 해주었다.
“엄마 음식을 어쩜 그렇게 잘해?”
“엄마한테 좋은 냄새난다.”
그 모습을 보더니 가을이도 칭찬한다고 한마디 덧붙인다.
“엄마 마흔 살처럼 안 보여, 30대 같아”
“엄마 못하는 음식이 없네.”
아이들도 아는 것 같다. 입바른 소리라도 칭찬을 하면 엄마가 과자라고 하나 더 주고 웃어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 이것이다.
이 어린아이들도 엄마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없는 칭찬을 찾아서 하고 있다.
성격상 다정한 말, 친절한 말이 서툴고 어색하다는 이유로 아이들 칭찬에 인색했던 나를 반성한다.
단점 속에 숨어있는 작은 씨앗. 그것은 칭찬이었다.
칭찬은 칭찬을 부른다.
아이들이 맛있다고 해주면 그게 고마워서 레시피를 봐가며 안 하던 음식에 더욱 시간을 쏟아 던 거 같다.
아이들이 예쁘다고 해주면 화가 나다가도 은근슬쩍 화가 누그러졌던 거 같다.
단풍이가 엄마에게 칭찬을 하니 가을이도 따라 칭찬을 하지 않았던가.
아이들도 아는 사실을 엄마만 몰랐던 거다.
아이들에게 표현해야겠다.
하루에 한 개씩이라도 칭찬을 해주고 고마움을 표현해야겠다.
말이 어색하면 하루가 끝나가는 중에 포스트잇에 칭찬의 말을 냉장고에 붙여줘야겠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날에 할 일을 다 끝내는 가을이의 끈기를 칭찬한다고.
한글 뗀다고 매일 책을 읽고 종이접기를 시도하고 노력하는 단풍이에게 매일의 노력이 모여 학교 가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북돋아 줘야겠다.
그리고 부족한 엄마에게 매일매일 칭찬을 해줘서 고맙다고 안아주어야겠다.
너희들의 칭찬이 엄마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자랑해야겠다.
하루에 한 번씩 칭찬해 주고 서로 격려하다 보면 60일 뒤엔 우리가 만든 멋진 공든 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매일매일 우리가 쌓을 공든 탑을 그리며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오늘도 한 수 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