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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파구 주부 Oct 14. 2024

배드민턴과 결혼생활

(3) 주5회 글쓰기 프로젝트

1. 20대부터 많은 운동을 수집했다. 헬스, 골프, 테니스, 스쿼시, 클라이밍... 10년 넘게 방황하다 이제야 정착한 배드민턴.  


2. 배드민턴을 시작한 지 정확히 2년 3개월이 지났는데 막 재미를 느낄 무렵(일주일에 6번은 나가던 시절. 지금은 4번으로 줄였다) 여자친구가 생겼다.


3. 같이 치는 무리 중에 40대 유부남 형님이 있는데, 그의 자동차 트렁크엔 항상 운동복이 한 가득이었다. 

와이프 분께 걸리지 않기 위에 운동복을 따로 챙겨 다닌다는 그의 말에 나는 결혼을 한다면 반드시 함께 배드민턴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4. 예식장을 예약하고 양가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기도 전에 곧바로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를 배드민턴 클럽에 가입시켰고, 아직까지는 운동복을 몰래 숨길 일이 없다.      


5. 지난 2년간 업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배드민턴과 결혼생활은 꽤 공통점이 많다. 


6. 배드민턴은 단식, 복식 경기가 있는데 아마추어들은 주로 복식 경기를 친다. 복식은 2명이 한 팀이 돼 상대방과 겨루는데 25점을 먼저 내는 팀이 이긴다. 


7. 공을 잘 치면 이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 '로테이션'이라 부르는 기본 법칙이 있는데,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공격하면 나머지는 전위를 커버해야하는 식. 쉽게 말해 코트 안에 빈공간이 없도록 각자의 공격, 수비 공간을 담당해야 한다. 


8.로테이션이 안맞으면 서로가 칠 공을 미루거나 빈공간이 많기 때문에 무력하게 패배한다. 보통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사람들끼리 많이 꼬인다.


9. 결혼도 초반에 다른 생활습관으로 많이 부딪히는데 서로의 역할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오래된 파트너와도 로테이션이 꼬이는 팀도 있는데 대체로 성적이 좋진않다.


10. 요행을 바라면 안된다. 양 팀의 전력차가 크더라도 전략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축구, 야구 등과 달리 배드민턴은 백이면 백 실력 좋은 팀이 이긴다. 초중반 까지는 운좋게 이기고 있다가도 후반으로 갈수록 결국 실력 좋은 팀이 이긴다. 


11. 결혼 전 한탕주의에 빠져 매일 주식 어플을 들락거리던 나는 결혼 후 현실을 마주하고 매월 조금씩이라도 줄어드는 대출 원금과 이자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12. 어려운데 재밌다. 배드민턴는 다른 라켓 스포츠와 달리 공이 아닌 깃털로 만들어진 셔틀콕을 사용한다. 콕이 가벼운 만큼 굉장히 섬세한 기술을 요구한다. 신경써야할 게 참 많아 실력이 참 안드는데, 그래서 이길 때 더 짜릿하다.  


13. 결혼하고 챙겨야할 것들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든든한 파티원과 새로운 퀘스트에 도전하며 하나하나 달성하는 기분이다. 배드민턴도 결혼도 아직은 맞춰가는 단계지만 입문자들에게 당당히 조언해줄 수 있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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