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불행을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간 괜찮다고 여겼던 마음은 실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일종의 ‘척’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또다시 ‘모르겠다’란 문장을 반복하게 되는 시점.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 되어버리면 어쩌나, 싶어진다. 어떠한 응원과 애정도 내겐 힘이 되지 않고 밤 열시가 채 되기도 전에 잠에 들고 만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눈 밑에 그늘을 달고 산다. 늦은 저녁을 먹고서 산책을 한 뒤 돌아와 맑아진 머리는 일시적이다. 새로운 자극을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시들해졌다.
날씨는 한결 좋아졌다. 찬바람이 사그라들었고 종종 봄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이와의 스몰토크를 기대하기도 하고 절대 오지 않을 듯했던 것들과의 재회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뭐랄까… 다소 머나먼,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 같아서. 대개 낮과 밤의 영역에서 낮에는 현실을 깨닫고 밤에는 낭만을 꿈꾸는 참이다. 누군가의 친절을 마냥 감동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순진을 건너온 후였다.
엄마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나는 자꾸 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