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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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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벨라 Aug 27. 2019

<신입사관 구해령>으로 만든 컬러 팔레트

드라마로 보는 퍼스널 컬러

시원한 컬러감의 드라마, 보고 있나요?

포스터 사진을 보고 색감에 반했다. 이렇게 또렷하게 계절감을 표현한 드라마가 얼마만인지!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나는 현대극뿐만 아니라 사극을 볼 때도 의복에 남들보다 많이 관심을 가진다. 내가 본 <신입사관 구해령>은 여름에 나온 드라마답게 시원한 여름 쿨톤을 잘 표현한 드라마였다. 그래서 준비해본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으로 보는 퍼스널 컬러라는 주제. 비주얼 맛집으로 소문난 <신입사관 구해령> 속 사계절을 찾아보았다.

 



생동감이 넘치는 봄 웜톤

2부 시작을 알리는 연령 고지 화면에는 차은우와 봄이 등장한다. 그저 함께 따라 웃게 되는 ‘봄 은우’의 비주얼, 잠시 감상하고 오자. 파릇한 새싹이 돋을 것 같은 생기발랄 봄 웜톤은 드라마 전반을 꾸미고 있다. 덕분에 <신입사관 구해령>의 톡톡 튀는 여사관 이야기가 더 발칙하게 느껴진다.



어디선가 신세경이 봄 웜톤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역시 맞는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느낌에 발랄한 상큼함이 느껴진다면 당신도 봄 웜톤! 2019년 트렌드 컬러로 선정된 ‘리빙 코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톤 역시 봄 웜톤이다. 쓸데없는 잡 지식. 차은우와 신세경이 표현하는 봄을 한껏 느껴볼 수 있는 드라마, 인정.





청량하고 은은한 느낌의 여름 쿨톤

그런가 하면 <신입사관 구해령>을 지배하는 색감은 봄 웜톤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자체가 시원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바로 극 중 신세경(구해령 역)이 문신한 듯 입고 다니는 여사관 의복. 특히나 13회에서는 잠행(을 빙자한 산책)을 나간 대군과 해령이 레전드 짤을 남겼는데, 이 장면은 바다라는 배경과 어우러져 화면 밖까지 청량감을 전했다.



구해령이 별시를 치르고 여사관이 되기 전, 그러니까 4회까지는 구해령이 입는 한복에 더 다양한 색이 있었다. (1부를 떠올리는 아련한 말투) 주로 싱그러움이 더해진 봄 웜톤이 많이 등장했는데 그중에도 내 최애 한복은 바로 이 핑크빛 꽃무늬가 더해진 한복이다. 양팔만 시스루로 옷감을 달리하고 꽃 자수를 놓은, 그저 예쁘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 한복. 여름 쿨톤의 여사관 의복을 벗으면 봄 웜톤의 해령이가 나타난다.    





깊이 있는 부드러움 가을 웜톤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가장 찾기 힘들었던 톤은 바로 가을 웜톤과 겨울 쿨톤이었다. 여름에 보는 TV 드라마 속 주인공이 겨울 코트를 입고 나오는 걸 보긴 싫으니까. 아마 계절감을 맞추기 위한 누군가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가을 웜톤을 극 초반부터 꾸준히 유지하신 분이 계시는데, 바로 대비 임 씨 역의 배우 김여진이다. 이 분이야말로 붙박이장처럼 언제나 한결같은 가을 웜톤의 궁중 의복을 입고 등장하신다. 부드러운 목소리 톤과 찰떡궁합인 카키색 한복을 감상해보자.



분명 화려한데 톤 자체가 주는 차분함 때문에 고풍스러운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대비의 차림새를 보고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가을 웜톤이기 때문이 아닐까. 비교를 위해 겨울 쿨톤으로 무장한 세자빈을 데려와 봤다. 비녀, 노리개, 무엇 하나 빠지는 데 없이 꾸몄지만 같은 개수의 액세서리를 착용한다고 해서 같은 만큼 화려해 보이는 건 아니다. 역시 쨍한 색감으로 블랙 앤 골드를 매치한 세자빈의 화려함은, 옥과 금으로 꾸민 대비의 화려함을 넘어선다.


대비의 화려함(좌측)과 세자빈의 화려함(우측) 비교샷




차가운 도시의 겨울 쿨톤

나쁜 사람은 왜 맨날 겨울 쿨톤이죠? 드라마를 볼 때면 의복의 역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새삼 깨닫게 될 때가 있는데, 특히 악인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의복의 색감이 활용될 때 난 여실히 느끼곤 한다. 입고 나오는 옷의 색감만 봐도 기분이 묘하게 침울해지고 탁해지는 마술. 그건 마술이라기보다 색채 심리 때문이리라. 역시 겨울 쿨톤 불변의 법칙이라도 있는 건지, 욕망 가득한 세자빈과 왠지 모르게 의심하게 되는 민익평은 겨울 쿨톤으로 설명되었다고 한다.



민익평이 쓰고 있는 저 모자는 정자관이다. 실내에서 양반들이 쓰는 모자 중 하나로, 5천 원짜리 지폐에 율곡 이이가 쓰고 있는 모자이기도 하다. 보통 놀부 모자로 사람들에게 인지되어 있어서인지, 심보가 고약한 캐릭터를 표현할 때 집에서 이 모자를 씌우곤 하는데 역시나 <신입사관 구해령> 속 악인(민익평과 이조정랑 송 씨)에게도 이 모자가 씌워졌다.


민익평의 방(좌측)과 이조정랑 송 씨의 방(우측) 비교샷


방 내부를 꾸민 색감에서 세심함을 느꼈다. 거창하게 뒷일을 꾸미는 악인 민익평의 방을 다소 어둡고 칙칙한 색 가구로 꾸민 것과 달리, 민익평이라는 동아줄을 부여잡고 간신히 출세한 기회주의자 이조정랑 송 씨의 방은 밝은 색 장판과 가구가 눈에 띈다. 특히 뒤로 보이는 병풍 디자인에서는 민익평의 거대한 음모와 이조정랑 송 씨의 간사함이 드러난다. 세심함이 돋보이는 소품까지 퍼펙트.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드라마 한 편을 위해 투입되는 인력은 상상보다 훨씬 많다. 스토리, 캐릭터, OST 등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꺼번에 받는 일 외에도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녹아있다는 뜻일 테다. 그중에 의상, 메이크업, 소품, 색 보정에 관여하는 많은 분들 역시 <신입사관 구해령>을, 그리고 그 외 다양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예쁜 드라마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렇게나마 전해드린다. 2019 여름을 상큼하게 색칠한 <신입사관 구해령>에 이어 2019 가을을 물들일 MBC 드라마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뒤이어 가을에는 웹툰 원작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방영된다. 가을 냄새나는 캐스팅과, 여름의 끝자락에서 청량함을 더해줄 스틸 컷이 공개되자마자 시끌벅적하다. 아니, 김혜윤 X 로운 X 이재욱 X 이나은이라니 이건 반칙이잖아요? 기대감 한 가득 안고 9월에도 수목 9시는 MBC에게 반납해볼까 한다. 계절감 탁탁 맞춰주는 MBC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 수직 상승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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