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

by 싼타페

친구들을 만나러 가던 길.


문득 쉬고 싶다는 생각에 휴게소 한편에 차를 세우고 책을 꺼내 읽어본다.

얇은 두께라 하루에도 다 읽을만한 분량이었지만 시간이 부족한 탓에 틈틈이 읽던 책이었다.


두 시간이 채 못되어 다 읽은 나는 이내 콘솔 박스에 있는 그림 도구를 꺼냈다.

며칠 전 다녀온 울산의 한 장면을 그려보기 위해서였다.

워낙에 없는 실력이지만 그저 어반 스케치 흉내라도 대충 내볼량으로 그려보았다.


이십 분이 채 못되어 완성된 그닥 마음에는 들지 않는 그림 하나.

그리고 조수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다 읽은 얇은 책 한 권.


물끄러미 그것들을 바라보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에 이게 뭔 일이냐며 당황하던 차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도 이내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그건 슬픔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분명 행복에 겨워 울컥한 것이었다.


글을 읽는 것이 이리 좋은 일이었던가.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풀어내고 내 기억을 그림으로 담아보는 것이 이리 행복한 일이었던가.


처음 느끼는 감정에 당혹스러웠다.

왜 그런 감정에 젖어들게 되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간 나의 묵은 감정들을 달래보고자 글을 써왔는데...

소중한 추억들을 사진으로 남기기보다 그림으로 남겨보고 싶은 욕심으로 그림을 그려 왔는데...

속 모르는 이들은 내게 겉멋이 잔뜩 들었다고 할 정도로 실력이 형편없었는데.


그 시간들이 나에게 많이 필요했었나 보다. 그 시간들을 내가 참 많이 좋아했었나 보다.


이 좋은 시간들을 일 년 반동안이나 바쁘다는 핑계로 못하고 있었더니 그간 억눌렸던 욕구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왔나 보다.

근데 왜 이리 시원한지.

왜 그리 좋은지.


사실 그간 잠자는 시간마저 줄여가면서 바쁘게 보냈다.

무거운 눈꺼풀을 비벼가며 운전을 해야 했을 만큼 바빴다.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내볼 엄두조차 없었다.

짜투리 시간이라도 날라치면 잠자기 바빴다.

건강에 위협이 될 만큼 바쁘게 지내다가 우연히 잠깐의 시간이 생겼고 그간 잊고 지냈던 글과 그림을 접하게 되었던 것이다.


연재 중이던 브런치 북의 에필로그만 남겨놓고도 마무리조차 버거웠던 내게 글은 다시, 아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의 폐부를 헤집고 다니며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 다짐해 보지만 여전히 상황은 녹녹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쓰리라.

단 한 줄일지라도.

아니 단 한 단어일지라도.


이제야 맛본 이 느낌, 이 행복함 결코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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