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입소 두 달간 글을 쓰며 나름 많은 것들을 토해 냈다. 너무 오래 어두운 곳에 처박혀 있던 탓에 악취를 풍기던 것들을 토해 내고 나니 제법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그래도 아직 바닥에 깔려있는 침전물들이 많아 마저 치우려면 아직은 한참을 더 쏟아내야 하겠지만 괜찮다. 내 글들이 모여 언젠가는 책으로 나올 꿈을 꾸니 참 하기 싫은 더럽고 역겨운 작업일지라도 나름 재미도 있다.
여전히 내 글은 세상에 나오기엔 턱없이 부족한 글이지만 반갑게 인사해주고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아니하며 가끔 칭찬의 댓글들도 달아주는 독자이자 작가이신 분들이 많은 힘을 준다. 그 힘에 기대어 공모전에 도전 그리고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탈락. 쓰라린 탈락의 고배를 맛 볼만큼 바보는 아니다. 당연히 탈락인데 왜 쓴 맛을 봐야하나. 탈락은 과정일 뿐이다. 탈락은 전혀 쓰지 않다. 반면 열매는 달다. 언젠가는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하여 메일이 올 것이라 믿는다. 100세 시대라 했으니 앞으로 50년 정도는 더 기다릴 수 있다. 시간은 내 편이다.
습작으로 두 편의 소설(?)을 쓰고나니 제대로 된 소설에 도전하고픈 욕심이 생겼다. 무엇을 쓸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아이디어가 먼저 떠올랐고 이거 괜찮겠다 싶은 마음이 드니 슬그머니 도전장을 내밀어볼 욕심이 생긴 탓이다. 아이디어야 늘 떠오른다. 그것들을 글로 엮어낼 실력이 턱없이 부족할 뿐이라는 게 문제지.
이번에는 좋은 아이디어라 여긴 탓에 제법 고민을 했다. 어떤 내용들을 담고 어떻게 풀어가며 어떻게 엮어야하나 인터넷을 뒤져가며 소설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하지만 딱히 이거다 하는 내용은 없었다. 그저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잘 쓰면 된다는 말뿐이다. 말로는 잘 쓰면 된다고 하지만 잘 쓰는 게 문제인 내겐 참으로 허망한 대답일 뿐이다.
브런치 작가님들을 보면 참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써내려간다는 느낌이 드는데 정작 나는 A4 한 장 쓰고나면 그때부터 자판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직 마우스만 홀로 내 눈치를 본다. 그리고 나는 죄 없는 모니터만 째려볼 뿐이다. 머릿속에는 이미 완성된 브런치 북이 날개를 달고 출판 제의가 사방에서 들어오지만 현실은 글쎄올시다! 일 뿐.
처음부터 브런치 북으로 엮을 셈으로 글을 써내려가니 연이어 걸리는 과속방지턱에 힘없이 시동이 꺼지곤 한다. 그러던 와중에 매혹적인 목소리를 지니신 인기작가 코붱님의 글을 보게 되었다. 순서에 연연하지 말고 꼭지 글들의 분량을 A4용지 한 장에서 두 장 사이로 잡아 써나가라는 글쓰기 조언의 글. 덕분에 목차를 삼십 개나 만들어 순서대로 써나가려던 내게 많은 자유를 안겨다 주었다. 처음부터 분량에 얽매여 넓은 운동장에서 헤매던 내게 뉘신지 모르지만 일단은 작게 30개 정도의 글을 써 일차 완성시킨 후 수정을 통하여 살을 더 붙이라는 조언. 그리고 가르치지 말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진솔하게 풀어나가라는 김영하 작가님의 조언 또한 글쓰기의 틀을 만들어주었다. 그 외에도 여러 분의 조언으로 인해 어제 오늘 다섯 꼭지를 완성했다. 에세이가 아닌 소설이지만 가독성을 염두에 두고 작은 꼭지들을 구분해 두니 글쓰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퇴고라는 과정을 몇 번 더 거쳐야겠지만 그래도 이제 스물다섯 꼭지 더하기 알파만 남았다. T^T
맘 같아서는 브런치 북이 나왔다며 개봉박두를 외치고 싶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그리고 힘 있게 내딛고자 한다. 출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아주 많이 어렵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저 그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준비하고 있는 글들이 출판이 되지 않아도 전혀 상관은 없지 않겠지만, 실은 많이 속 쓰리겠지만, 한 편 두 편 만들다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말 그대로 꿈이니까.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하루하루 노력한다는 것이 의외로 즐겁다.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 꿈으로 인해 행복하다. 꿈이 현실이 되면 얼마나 즐거울까. 꿈을 꾸며 히죽대다보니 또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