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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싼타페 Jul 16. 2020

브런치 때문에 이혼의 그림자가

    나는 표현을 잘 못할 뿐 아니라 살갑게 구는 행위들에 온 몸에 두드러기가 돋는 체질을 가지고 있다.  갱상도 머스마도 아니건만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장난치기는 좋아해서 많이들 재미있어 하기도 하지만 둘만 있을 때 180도 바뀌어 거리마저 띄운 채 대화를 나눌 때가 많다.  그나마 시간 장소 가리지 않고 안아주고 뽀뽀해도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존재들이 있으니 바로 아이들이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내게 무척이나 불만이 많다.       


    아내는 나와 달리 달달한 스킨십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대화를 꿈꾸는 사람이다.  아내 역시 누구나처럼 고지식한 부분이 있는데 이게 영 곤란한 부분에서 작동을 하곤 한다.  나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혼자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나를 또는 나의 언행을 자기만의 해석으로 가슴 속에 입력하여 혼자 속앓이를 할 때면 나는 굉장히 난감해진다.  그런 경우 예외 없이 혼자만의 착각이나 오해로 인해 그리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걸 풀어준다는 것은 고난이도의 험난한 작업이 된다.     


    며칠 전 ‘첫 만남을 추억하며’라는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요즘 쓰고 있는 소설의 첫 부분이다.  아내가 오해할 부분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애초에 그런 싹을 틔우지 않으려 내 브런치를 보지 말고 내가 페이스 북에 올린 것만 보라고 말을 했었다.  그런데 내 말은 어딘가 쑤셔 박아놓고 궁금함이 이끄는 대로 브런치를 열어봤나보다.     


    거기에는 내가 평소 영화나 책에서 보던 첫 사랑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감정만 빌려와 써 내려간 허구에 불과한 내용들이건만 아내는 내 과거를 본 것처럼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첫 사랑의 달달함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어 자신에게는 원하는 스킨십 등을 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이다.  첫 사랑을 못 잊어 자신을 홀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 미치겠다.     


    퇴고하는 과정에 수십 번을 들여다보기도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았다.  역시나 내 기준에서는 문제될만한 부분이 없다.  그렇게 실감날만한 솜씨로 써나간 것도 아니라 생각하지만 아내의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었나보다.  내 글 솜씨가 그렇게 좋은가하고 생각하자니 참으로 웃픈 상황이다.  그냥 습작에 불과한 글을 가지고 허구의 세계라는 소설을 가지고 내 마음이 어떻고 내 첫 사랑이 어떻고 하며 밥도 안주고 말도 안하는 아내를 어찌 해야 할까 막막하기만 하다.     


    혼자 끙끙대며 앓고 있었더라면 모르고 왜 저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건만 카톡으로 자신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전달해주었으니 모른 체할 수도 없다.  이건 소설이야 그냥 허구를 묘사한 거라고 하며 설명을 하려해도 고지식한 아내의 대답은 뻔하다.  99.99%의 확률로 직접 경험했으니 그렇게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어떻게 그런 내용들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질 수 있냐고 할 것이다.  그게 창작인데 아내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르겠다.     


    원만한 노후를 위해서 브런치를 접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내가 저럴 정도면 내 글 솜씨가 제법 좋은 거니 더욱 열심히 노력하자 싶기도 하고 도통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여주인공을 얼른 죽여 버릴까?  아니면 그 여주인공을 아내로 바꿔치기 할까?  아니다.  아내에게 그런 적이 없으니 그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  그럼 남주인공을 죽여야 하나?  편지 쓰는 주인공을 죽이면 그 뒤의 내용들은 어쩌란 말인가.  아, 삶이 고롭다.  글쓰기가 고롭다.     


    이게 다 브런치 때문이다.  만일 집에서 쫓겨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면 나는 한국으로 날아가 브런치에게 따질 것이다.  물어내라고, 보상하라고.  아무라도 좋은 변호사 하나 소개라도 시켜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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