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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근영 Apr 18. 2020

피아노 위의 봄


♩♬♩♪

톡 토독 톡
딴 따단 딴


 피아노를 치는 피아니스트의 손놀림이 가볍고 경쾌하다. 그의 표정 또한 행복하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그의 선율은 밝고 사랑스럽다. 색깔로 치자면 샛노랑과 꽃분홍. 시작은 경쾌한 빠르기의 알레그로. 통통 튀는 박자와 생동감 넘치는 선율. 나름의 질서를 가진 다채로운 음계와 그 음계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크고 작은 셈여림의 반복. 경쾌하게 춤을 추는 발레리나의 발동작 같은 트릴 소리. 그 온갖 선율과 셈여림과 박자들에서 생동감 넘치는 봄의 기운이 함빡 묻어나오는 것 같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에는 이러한 모든 봄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봄이 다가오면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듣는다. 그러면 내 작은 방이 봄으로 가득 찬다. 차고 서늘한 기운에 움츠려있던 내 마음에도 봄이 온다. 온 마음이 밝고 사랑스러운 기운으로 가득 찬다. 더없이 행복하기도 하고 조금쯤 감격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이 나의 모든 것을 봄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내 서투른 손가락으로 모차르트의 봄을 자아내 보기도 한다.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처럼 가볍고 명쾌하지는 않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봄에 그저 가슴이 솜사탕처럼 부푼다. 


 나는 모차르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겨울로 밀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봄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온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 다른 이에게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을 선물하고 싶다. 밝고 사랑스러운 기운으로 주변을 물들이고 싶다. 


 모차르트는 그의 음악으로 온 세상을 봄으로 만들었다. 나는 무엇으로 이 세상에 봄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나의 서투른 피아노 실력으로는 내 작은 방과 내 혼자만의 마음을 봄으로 물들이는 것이 고작일 거다. 하지만 똑같이 서투른 손가락으로 자아낸 것이라도 내 마음을 담은 말과 글로는 가능하지 않을까? 어쩌면 큰 욕심일 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말과 글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차갑고 축축한 겨울비처럼 다른 사람을 얼어붙게 하는 게 아니라, 꽃잎처럼 보드라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고 싶다. 내 진심을 다른 사람에게 즐거운 깜짝 선물처럼 전달하고 싶다. 온 세상이 아니라 내 주변이라면 꽤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작은 기적처럼, 이 세상에 봄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보자.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먼저 나에게 봄을 선물해야지, 

그리고 주변 사람과 그 봄을 나누어야지, 

그리고 언젠가는, 이 세상을 봄으로 물들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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