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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한 Nov 25. 2020

11월의 책을 소개합니다. <주식회사 랩추종윤>

이주헌과 박종윤의 처절한 경제적, 자아실현 생존기

대개의 자서전은 개인의 지난날을 희석시킨다. 성공으로 자리 잡은 현재의 모난 부분을 조각하거나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희미해지고 과오는 의식적으로 외면되기 마련이다. 나열한다면 온 지구를 덮을 만큼 방대한 생태계 속에서, 스스로의 과거와 과오를 객관적으로 기록한 몇 안 되는 자서전이자 자기 계발서가 있다. 일찌감치 실패한 축구선수 이주헌, 수능 삼수와 아나운서 준비 3년에도 지상파 아나운서가 되지 못한 박종윤이 써 내려간 <주식회사 랩추종윤>이 바로 그것이다.
 
팟캐스트 <히든 풋볼>, <주책남들>, <식장 탈출 넘버원>부터 유튜브 채널 <이스타 TV>와 <이스타 TVM까지>. 현재 '국내 최고 축구 예능채널'을 표방하며 3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주헌과 박종윤(이 둘은 주식회사 랩추종윤 공동대표이다)은 국내 축구 팬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비록 누군가는 이들을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놀리거나 무시할 수 있다. 한준희와 장지현에 비견하며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욕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두 사람이 현재 한국 축구 방송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부침도 있었다. 스포츠 전문 중계 방송국을 나와 신혼집 방구석에 방송국을 만들었으나 수입은 일정치 않았고, 잘 나가던 <히든 풋볼>을 팟캐스트 최초로 유료화를 시도했을 때는 엄청난 비난과 구독자 이탈을 감당해야 했으며, 결정적으로 서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달라 이주헌과 박종윤이 갈라서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금껏 덩치를 꾸준히 키워오고 버텨왔던 건, 두 사람이 쏟은 6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과 열정 그리고 서로를 특성을 이해하며 다독인 특별한 파트너십 때문이리라.
 
스티브 잡스는 차고를 개조해 첫 애플 사무실을 만들었다. 이주헌과 박종윤은 6년 전 신혼집 방구석에서 첫 발걸음을 떼어 현재 어엿한 사무실을 갖추고 12명의 직원을 거느린 주식회사 '랩추종윤'을 설립했다. 물론 스티브 잡스의 성공신화에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주헌과 박종윤도 그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다만 이들이 이룩한 성과물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추하다'는 시청자의 조소 섞인 놀림마저 받아들여 '추멘'이 된 이주헌, 과거 방송에 출연했던 모습이 EBS의 번개맨을 닮았다 하여 '번개맨'이 된 박종윤. 시청자들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욕설마저 환호받는 이들 인기의 저력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주식회사 랩추종윤>은 뉴미디어에서 체험한 그들의 성공방식을 기록한 지침서가 아니다. 가장 찬란한 나이에 꽃 피우지 못한 두 남자의 실패와 후회이자 자아실현, 사회인으로서 최저한의 돈벌이 과정이 담긴 처절한 생존기가 담긴 일종의 자서전이다. 이 책을 읽고 이주헌과 박종윤의 마력에 현혹되어 현실을 망각한 채 뉴미디어 산업에 투신하게 될 독자들에게 그저 말뿐인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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