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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도고픈로스쿨생 Mar 03. 2023

유도 일지

(1) 유도장 수련비 1년치를 결제해버리다

로스쿨에 입학한 이후 의외라고 생각한 게 하나 있다.

다들 전투적으로 체력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큰 동아리가 운동 동아리일 정도이다. 교수님들도 하나같이 체력관리를 강조하신다.


나는 나름 헬스도 꾸준히 해왔고, 축구도 곧잘? 해왔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크게 무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은 괜찮지만, 선배들 말씀은 보통 옳으니 나도 뭔가 새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보통 이러면 러닝을 한다든지, 유산소 운동을 했을 것이다. 동기도 아침 러닝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3년간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고 싶었다. 단순한 반복이 아닌, 성장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을 찾고 싶었다.


이 때 마침 넷플릭스에서 피지컬 100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찾았다. 변호사 시험도 똑같이 나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나를 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는 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학부 유도 동아리를 만나게 되었다. 대자보로 유명한 동아리였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뭔가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유도를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릴 때 태권도를 꽤 오래 하기도 했고, 대회에서 수상도 해본 만큼 타격은 뭔가 안 끌렸다. 그런데 유도의 매력이 생각보다 엄청났다. 나보다 큰 상대도 넘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단 시간에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는 점.

실용적이기도 하고 3년만하면 내가 변시 떨어져도 뭐라도 남길 수 있겠구나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대학원생이었다. 학부 동아리에 들어가기에는 이미 나이가 너무 많았다...

눈물을 머금고 그래, 초심자면 제대로 배워야지 하는 생각으로 집 주변 유도장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에 다닐 수 있는 유도장을 찾았다. 이제 남은 일은 방문해서 등록하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동안 유도 영상만 보며 고민을 거듭하다가, 프리로스쿨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난 어느날, 충동적으로 방문을 결정했다. 전화를 드리고 바로 그 곳으로 향했다.


생각보다는 도복비가 조금 비싸기도 했고(약 20만원) 1년치를 등록하자니, 뭔가 하다가 안할수도 있을 거 같아 망설여지기도 했다. 만약에 중간에 그만두면 어떻게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 나름 로스쿨생 답게 약관을

꼼꼼히 읽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냥 질렀다.


1년치를 시원하게 긁어버렸다. 로스쿨생이라 안 그래도 빠듯하게 생활해야 하지만, 차라리 다른 데 돈을 안 쓰더라도 이것만은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나와의 싸움으로 3년을 버틸 힘을, 다른 방식으로, 유도로서 싸워 이겨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한다. 유도 흰띠부터 시작해서, 일반인 대회에 나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아보려고 한다.

일단 1년은 포기할 수 없다. 내 의지가 아니라 이미 환불하기에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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