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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계획서 분량은 꼭 지켜야할까?

다소 분량을 초과해도 불이익을 받을 확률은 낮다.

by 끄적 Feb 17. 2025

정부과제 학술연구지원사업에 신청하다 보면, 연구계획서 분량 준수하라는 안내를 볼 수 있다. 계획서를 내는 입장에서는 10장 정도 분량에 이 연구가 얼마나 필요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담는 것은 정말 힘들다. 더군다나 내 연구가 누군가에 의해 선택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것저것 모든걸 다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분량은 자꾸 늘게된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어떤 걸 빼야 할까 고민하다 아무것도 줄이지 못하고 행간과 글씨를 줄여 최대한 꾹꾹 눌러담아서, 보는 사람이 눈 아픈 계획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누군가는 이걸 보면서, 정해진 분량에 맞게 쓰는것도 능력이고 기술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물론 당연한건 맞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혹시 연구계획서 분량을 초과해서 제출했다거나, 맞추는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서 연구계획서를 분량에 맞춰서 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보통은 위의 사진처럼, 사업별로 정해진 신청요강에서 연구계획서 작성에 대해서 안내한다. 분량은 개인사업인지 집단사업인지, 혹은 사업의 성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것이다. * 위 내용은 학술연구교수사업


분량은 왜 제한하는 걸까?


사유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추측해보자면


1. 신청자들 간 동등한 조건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 누구는 10장, 누구는 30장씩 써내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2. 제한된 시간과,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진행하는 평가의 현실적 진행을 위한 문제

 - 그렇다고, 모두 공평하게 쓰고싶은 만큼 써서 내라고 한다면. 그래서 모든 신청자가 30장, 40장씩 써낸다고 생각하면, 그걸 평가하는 것은 물리적(특히 시간)으로 너무 어렵다. 특히 인문사회분야 연구자라면, 연구계획서를 수십장식 써서 내는 사람이 많을것 같다..



주된 내용은 후자의 목적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분량을 초과하면 불이익을 받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소 초과하는 연구계획서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이러한 주장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우선, 기관에서 말하는 불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불이익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초과하는 쪽수(페이지)부터는 삭제하고 평가를 진행하겠다거나, 평가를 진행하면서 점수를 깎겠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둘다 현실성이 없는 공수표이다.


첫번째, 초과하는 분량을 접수하는 기관에서 일괄 삭제하고 평가를 진행한다는 것은 평가를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 연구계획서는 일부를 무작정 삭제해버리면, 평가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삭제된 부분이 무엇이 있는지에 따라서, 원래 정상적으로 제출되어 평가 지표에 따라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 없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쪽을 초과하는 부분에서 연구비 사용계획이 들어있었는데, 평가지표에 연구비 사용계획에 대한 평가지표가 있다면, 일부가 삭제된 연구계획서로는 온전한 평가가 불가하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지표를 0점 처리하는 식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보통 이러한 경우 평가자는 평가를 포기하고, 기관에 연구계획서를 보완해달라는 식으로 요청한다.(평가자에게도 공정한 평가를 해야하는 부담은 매우 크기 때문) 만약 이런식으로 일부를 삭제하고 평가를 진행한 것이 밝혀지면, 기관에서는 법적 분쟁의 위험이 매우 크다. 신청요강에 초과하는 부분을 삭제하겠다고, 불이익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번째, 평가에서 점수를 깎겠다(감점)는 것은, 사전에 명확한 규정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하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그렇다면 몇점을 깎을 것인가? 1장에 1점? 0.1점? 이러한 사항을 명시하지 않고, 담당자 수준에서 불이익이라며 점수를 깎는 것은 매우 큰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 만약 행정소송이 제기된다면, 신청자가 승소할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계획서의 분량을 초과한다고 해서 즉각적이고 일방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분량 신경쓰지 말고 써도 아무 상관없다는 걸까? 그것은 당연히 아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분량을 누구는 적게, 누구는 많이 초과해서 썼는데 그걸 그대로 평가하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도 기관에서는 무시할수가 없다. 따라서 지나치게 많이 초과한 연구계획서가 있다면(예를 들어, 10장이 한계인데, 20장씩 쓴 경우) 기관에서는 해당 신청자에게 연락을 해서 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수정하는 시간은 당연히 많이 주지 않는다.


하지만 10장 분량 제한에 11장을 썼다? 혹은 10장 반을 썼다? 이정도라면 아마 기관에서 문제삼지 않고 넘어갈 확률도 높다. 현실적으로 한번 사업 접수를 할 때, 수천과제를 접수하는데 그걸 모두 확인해서 한 두장 분량을 초과하는걸 재접수 받게 한다면, 아마 사업 개시는 다음해에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접수하고 기껏해야 반년정도 뒤에 사업개시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식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


결국 하고싶은 말은.. 연구계획서를 쓰다가 도저히 제한된 분량으로 맞추기가 어렵고, 그렇게 하면 계획서의 내용이 이상해지겠다 싶을 정도라고 생각해서 심각하게 고민된다면, 그냥 내보는것도 괜찮다. 그정도라면 그대로 넘어갈 수도 있다. 만약 기관에서 수정하라고 한다면, 그때 수정해도 늦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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