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한 채용 사이트를 보면, 특정한 기업에 합격한 사람들의 평균 스펙을 알려준다. 이 회사에 합격한 사람들은 평균 토익이 몇 점이고, 학점은 몇 점이고, 자격증이 몇 개 이상 있고... 하는 정보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정보를 기준으로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준비해서 높은 스펙을 쌓고 준비한 지원자는 자신이 합격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면서, 호기로운 마음으로 다음에 있을 면접을 어떻게 준비할까 고민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사람도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요즘 정부 R&D사업 공고가 많이 나고 있다. 연구자 중 어떤 사람은 연구사업 선정 결과를 보고, 본인이 떨어지면 자신의 '우수한'연구가 지원받지 못한 것에 대해 황당해한다. 자신의 연구가 얼마나 우수하며, 지원받을 필요가 있고, 본인 또한 굉장히 우수한 연구자이며, 다른 연구과제는 선정되었는데 내 연구과제가 선정되지 못한 것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냉정하게 말해서 그 사람의 연구계획서는 '우수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본인이 자신의 연구와 사랑에 빠져서, 내 연구의 내용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생각보다 연구가 우수하지 않을 수도, 계획서의 내용이 부족할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수한' 연구계획서라 하더라도, '선정되는' 연구계획서가 되기 위해서는 학문적 우수성 이외에도 그것이 선정되어야 한다고 '평가자를 설득하는 요소'가 필요하다. 물론 연구의 내용과 그 계획이 너무나 우수해서, 평가자가 그것을 알아보고 좋은 평가를 준다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문적 내용의 우수성은 갖되, 추가로 내 연구계획서를 세일즈 하기 위한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종종 연구사업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소홀히 하는 것 같다. 연구 내용만 중요하면 알아봐 줄 거라고 순수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그렇게 하는 게 학자 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만약 본인에게 10개 정도의 연구계획서를 평가하라고 누군가가 주문했다면. 그리고 주어진 시간이 3일 정도라면. 그리고 연구계획서 분량이 한 개당 10장 정도가 된다면, 그래서 100페이지가 넘는 걸 읽고 평가 의견까지 다 써줘야 한다면. 또 나는 당장 오늘 오후에 대학원생 연구도 봐줘야 하고, 내일 아침에 아이들 등하교도 시켜야 하고, 내일 오후 수업 준비도 해야 한다면? 그(녀)에게는 평가자 자신을 설득하는 요소가 없는 연구계획서를 자세히 살펴볼 동기가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설득하는 계획서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수한 연구과제를 선정하기 위해서, 충분한 연구계획서 검토 시간과 충분한 평가자들 간의 토론과 충분한 발표평가 시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하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한된 시간과, 많은 평가대상 과제, 당신의 연구계획서에 그다지 관심 없는 평가자의 모임이 바로 현실이다.
따라서, 자신의 목표가 우수한 연구를 하는게 아니라, 내 연구계획서가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목표라면 우수한 연구내용 이외에 평가자를 설득하는 요소가 꼭 필요하다. 평가자에게 내 연구계획서를 세일즈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음의 글에서 평가자의 입장에서 그 방법이 무엇인지를 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