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디조 Jan 12. 2022

지방발령 신입 생존기의 시작

인사 발령 전화를 받고 나서는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처럼 얼얼한 기분이었다. 경상도에도 사업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그 사업장에 발령이 날줄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물론, 신입이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내가 될 거라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가족, 애인, 친구들에게 창원 발령 소식을 순차적으로 전했다. 발령 소식을 전하다가 찔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호탕하게 웃어버리기도 했는데 스스로가 믿기 어려운 현실에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것 같다.

근래에 많은 사람의 축하를 한 몸에 받는 대상이었는데, 상황은 180도 바뀌어있었다. 나는 걱정과 위로를 한 몸에 받는 대상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따뜻한 걱정과 위로가 고맙긴 했지만, 그런 따뜻한 말들로 오락가락한 나의 정신 상태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며칠 간의 땅이 꺼져라 한숨만 푹 쉬며 잠에서 깼고, 또 한숨을 푹 쉬며 잠자리에 들었다.





지방 발령 시작 3  어느 , 어두운 방구석에서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까지 인터넷에 ‘지방 발령 검색해 보고 있었다. 지방 발령이 나서 퇴사를 했다는 이야기, 오지 발령이 나서 심심해 미치겠다는 이야기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투성이였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이야기는   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온종일 막막한 기분에 쌓여 있다가, 밤늦게까지도 우울한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고 멍하니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렇게 힘들어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엔 고민하고 힘들어해봤자 나의 현실이 변할 리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있었다. 결국, 변할  있는  나의 마음가짐. 그거 하나밖에 없었다.


친척도, 지인도, 하다못해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낯선 그곳에서. 혈혈단신이 내가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만 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나의 고군분투 지방 발령 생존기는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년 간의 취준, 최종합격이란 선물에 따라온 지방발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