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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양파 Sep 18. 2015

마이클 잭슨 1996년 첫 내한공연 현장 속으로...



마이클 잭슨(Michael Joseph Jackson) 1996년 첫 내한공연 현장 속으로...



1992년 뉴 키즈 온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에 이어 정확히 4년 후 또 한 번의 역사적인 내한공연에 가게 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입니다. 죽기 전에 해야 꼭 해야 할 일을 버킷리스트라고 부르죠. 저에게도 그런 버킷리스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너무 많지만, 1996년에는 그 당시에는 소박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바로 죽기 전에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보는 거였답니다. 



보이밴드에 빠졌던 시절을 지나 팝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자고 했을 때 제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 이, 가창력은 기본이고 놀라운 춤 실력까지 갖춘 뭐 하나 빠지지 않았던 이, 팝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이가 있었죠. 그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울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렇게까지 눈물이 날까 싶기도 했지만, 만약 내가 저기에 있었더라면 별반 다르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마이클 잭슨은 정말 최고의 뮤지션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 그가 한국에 온다고 합니다. 그것도 공연을 하기 위해서 온다고 합니다. 미국에 가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한국까지 오셔서 친히 공연을 하시겠다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죠. 



저와 함께 그를 존경하고 있던 친구와 공연을 보기로 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공연일시는 10월 13일 오후 7시 30분, 장소는 잠실 주경기장이네요.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96년 당시 12만 원이면, 학생 신분으로 가볍게 지를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명품백도 모르고, 알바를 많이 한다고 해도 짧은 시간 안에 저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빨리 매진될 수 있다는 소리에  초조해하고 있을 때, 얼마 전 학교 앞에서 만들어준 신용카드가 저에게 윙크를 하네요. 96년은 누구나 쉽게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던 때였습니다. IMF의 신호탄일 수도 있는 신용카드 대란에 저도 동참을 했었네요. 그러나 그 카드가 아니었더라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그분이기에 고마워해야 하겠죠. IMF로 취업도 안 되고,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긴 했지만요. 



친구의 공연비까지 포함해서 할부로 카드 결제를 한 후,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A석에서 볼까 했지만, 그는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바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되니깐, 그냥 확 긁어 버렸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카드요금 때문에 거지 같은 삶을 보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공연 당일, 제일 값나가 보이고 예뻐 보이는 옷을 입고, 친구와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그가 나를 직접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말이죠. 공연 중간에 크레인을 타고 관중석 가까이 오는 이벤트가 있었거든요. 더구나 거기에 관중을 태운다는 말에 혹시 나 일수도 있다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했었습니다. 



잠실역에서부터 주경기장까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역쉬, 그의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이 참 많구나 했죠. 그리고 그 사람들한테, 나는 R석이라고 자랑도 하고 싶었답니다. 뉴키즈 온더블록 공연을 R석에서 보지 못한 한이 있었나 봐요. 만약 그랬다면, 지금은 죽은 목숨이 될 수도… 



공연장으로 들어가기 전, 공연을 보다가 신호가 오면 안되니깐 화장실부터 갔습니다. 헉~ 공연장 들어가는 줄보다 여기 줄이 더 기네요. 남자 화장실은 줄 서지 않고 그냥 들어가는데, 유독 여자화장실 줄만 왜 이리 길던지 여기서 기다리다가는 공연이 시작될 거 같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과감하게 남자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엄청 소심한 제가 이럴 때는 참 과감한 거 같아요. 안 들어가겠다는 친구에게 여기서 기다리다가 공연 시작한다고 겁을 준 후 같이 남자화장실에서 볼 일을 해결했습니다. 물론 에티켓을 지켜야 하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갔습니다. 역시 처음이 어렵지, 제가 스타트를 끊고 난 후 다른 여자분들도 저처럼 남자화장실로 고고씽을 하더군요. 잠깐의 민망함을 뒤로 한 후 주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기대에 가득한 사람들이 무대만을 바라보고 있네요. R석이니 맨 앞으로 가서 자리를 찾는데, 어라 자꾸만 뒤로 뒤로 가라고 하네요. R석임에도 우리의 자리는 센터가 아닌 사이드이었습니다. 



자리를 찾아 가던 중,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면 혹시  그분이 나오셨나 싶어 그쪽으로 자동적으로 쳐다보게 되는데, 아니었습니다. 바로 야유가 들리기도 하고, 어느 유명 가수가 왔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아무튼 주경기장 안은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열기가 대단했었습니다. R석임에도 실망스러운 자리이지만, 그래도 착석을 하고 기다렸습니다. 공연 의자는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로 각 의자를 끈으로 연결해 놓았네요. 아마도 92년 뉴키즈 온더블록 공연 때문인 거 같다는 생각이 살짝 스쳐 지나가네요. 



가수 김정민의 오프닝 공연으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지금이야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96년 김정민은 잘 나가는 가수였습니다. 2곡 정도 노래를 열창한 후 무대는 다시 어두워졌습니다. 그리고 대형 화면에서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내려오는 장면이 보이더니, 꽝 소리와 함께 짙은 연기 속에서 드디어  그분이 오셨습니다. 제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을 직접 보다니, 뮤직비디오 속 그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마이클 잭슨의 환상적인 공연, Billie Jean, Thriller, Black Or White, Dangerous 등 주옥 같은 그의 노래를 라이브는 물론 춤까지 직접 보게 되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네요. 곡에 맞춰 복장도 갈아 입고, 특히 빌리진이 가장 압권이었습니다. 모타운 25주년 기념 실황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직접 보여주었답니다. 작은 가방을 하나 들고 나와 하나씩 무대의상으로 갈아 입고 모자까지 쓴 후 그 춤을 추다니 말이죠. 기절할 정도로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그 먼 곳에 앉았던 뉴키즈 온더블록 공연 때는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이번에는 왜 빈손으로 갔을까 후회했습니다. R석이기에 그때보다는 그나마 잘 나올 수 있었는데 말이죠. 보이지도 않은 곳에 있었지만, 그래도 '저 여기 있어요'라고 어떻게든 알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야광봉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것도 없을 때 제 옆에 있던 어느 분이 라이터를 켜서 불빛을 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살며시 하나 더 있으면 달라고 한 후, 살 타는 냄새가 났는데도 상관하지 않고 계속 불빛을 밝혔답니다. 여기 좀 제발 봐달라는 의미로요. 



그런데 저에게 라이터를 준 남자분, 공연 시작할 때는 없었는데 지금은 제 옆에 있네요. 그래서 어떻게 왔는지 슬며시 물어보니, 그냥 들어왔다는 겁니다. 야구장에서는 7회가 넘어가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여기도 그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우리나라 공연문화가 그리 체계적인지 못한 거 같아요. 그러니 몰래 들어올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싶고요. 누군 12만 원이나 돈 내고 들어왔는데, 누군 그냥 들어오고 화를 내야 하건만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공연에 빠져 버려서 따질 시간조차 아까우니깐요. 공연 중간부터는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의자 위에 올라가서 계속 따라 부르고 소리 지르고 팔 흔들고 암튼 생난리를 쳤답니다. (이 글을 공연 직후 작성했다면, 곡 하나하나마다 그때의 모습을 생생히 담을 수 있을 텐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네요. 뉴키즈 공연도 그렇고, 마이클 공연도 그렇고, 메인보다는 겉절이들만 생각나니 말입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공연이 어느새 끝나 버렸네요. 뮤직비디오 속 그들은 울었는데, 저도 울었을까요? 실은 울었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뭐 그렇다고 펑펑 울지는 않았고요. 찔끔 정도…^^ 



공연이 끝나고 집에 오는 지하철 안은 저와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나 봅니다. 하나같이 멍하니 유체이탈을 한 상태였거든요. 공연 다음날 목소리 망가지고, 몸살 나서  며칠 동안  몸져누워있었지만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다시는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으니깐요. 18년이 지난 2014년, 영원할 것만 같은 마이클 잭슨은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노래는 영원하겠죠. 아~ 다시 한번 그의 공연을 보고 싶네요. 타임머신이 있다면, 96년 그 날 트레인 속 인물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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