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리뷰
이 영화는 '지독한 첫사랑'과 닮았다.
아델의 첫사랑은 '엠마의 머리색'을 닮은 오묘한 파란색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라 되묻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시큰해졌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엔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래, 나에게 첫사랑은 '짙은 다홍색'이었다.
첫사랑은 새로운 세계(성적으로든, 내적으로든)로 이끈다.
그리고 자신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딘 스스로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그 사람을 따라다니고,
그의 부재에 떼를 쓰기도 하고,
그렇게 그 사람이 나의 모든 것이 되는 가보다.
아델도, 나도 그랬다.
그 사람과의 지독한 이별을 하고야 생각을 했다.
"너 없이 도대체 어떻게 살라고"
"날 사랑하기는 했니?"
"부정하지 마. 너도 날 사랑하잖아"
"아니야. 그는 날 버렸어"
.
.
.
"그는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고마웠어. 그가 나의 첫사랑이어서"
"미안해. 내가 어수룩한 사랑을 줘서"
그랬다.
처음이라 비린 사랑을 했고,
처음이라 시린 사랑을 했고,
처음이라 떫은맛이 났다.
아직, 채 영글지 않았기에.
한때는 나의 '이데아'였던,
한때는 나의 '부모'였던,
한때는 나의 '연인'이었던 사람과
다시 마주했을 때,
그 사람도 이런 말을 해주길 바랐다.
"너에게 무한한 애틋함을 느껴"
사랑이 아닌 애틋함.
그걸 이해하기까지는
나도 너와 같은 나이가 돼야 하는 것일까.
나는 또 얼마나 긴 시간을 울어야 하는 것일까.
마치, 아델처럼.
그 시간의 공백을 알기에
나는 이 장면에서
무던히도 눈물을 흘렸나 보다.
"당신을 좋아해"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 나를 사랑으로 이끌었다.
좋아한다는 고백이
사랑한다는 절절함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감정의 늪에서
나는 아델처럼 허우적거렸다.
그게 사랑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란 걸 안 후에는
사랑이 날아서 도망가 버린 후였다.
바다에서 아델은
엠마의 머리색을 고스란히 담은 물안에
자유로이 유영한다.
사랑을 시작한 순간,
나는, 당신은, 우리는
연인의 색으로 젖어들어간다.
파란색이든,
다홍색이든
그 사람의 색으로.
막연히 그 색 안에서 허우적거리지 말자.
사랑은 하나의 색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다.
설사 그 색이 무척이나 따뜻한 색일지라도.
사랑은 두 가지 색이 혼합되어서 나오는,
그래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다음 사랑에게는
나의 색을 전해줘야겠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야지.
우리의 사랑은 무슨 색이 나올 지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