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RK Jun 17. 2021

심리상담받는 치과의사 2

Little bit about me

나는 영화 평론가들 또는 디테일한 영화 리뷰를 남기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고 대단했다. 그 영화에서 어떻게 그렇게 깊은 뜻을 헤아렸지? 그런 의미가 있는 거였어? 이런 느낌으로 나는 감탄하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이과 출신이어서 인지 아니면 그냥 내 뇌가 안타깝게도 그쪽으로 발달이 안되서인지 내 영화 후기는 깊이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재밌었어!”, “정말 웃겼어!”, “의미 있는 영화였어”, “주인공 정말 멋있더라”. 보통 이런 영양가 없는 평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번에 한 영화에 데해서 쓸려고 하는데 사실 조금 조심스럽다. 어딘가에서 영화 평론에 능한 분들의 비웃음이 벌써 들리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정말 “의미 있는!” 영화여서 공유하고 싶었다.  


얼마 전 심리 상담 중에 나는 상담사분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여태까지 제가 가졌던 남과의 여러 관계들을 살펴보니까 상대방이 점점 저와 가까워지면서 편해지는 것이 싫고 두려워서 밀어냈던 거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친해지고 익숙해져서 말과 행동도 더 편하게 하고 덜 조심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나는 그것이 거부감이 들었고 나를 존중하지 않는 거 같다, 만만하게 보는 것 아닐까, 이러다 내가 상처 받겠지 같은 생각과 함께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듣더니 상담사분께서 영화 Good Will Hunting을 보라고 추천하시면서 내가 거기 주인공과 비슷하다고 하셨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는지 한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던 내가 그날 상담 끝나고 당장 Netflix에서 Good Will Hunting을 찾아봤다.  알다시피 내 영화 리뷰는 보통 “오 뜻밖의 멋있는 배우들 Matt Damon, Ben Affleck 나와서 반가웠어!”, “인상적이고 의미 있었어” 이런 느낌이지만 놀랍게도 조금 더 들어가 보자면 한 장면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Will Hunting (Matt Damon) 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 친구 Skylar (Minnie Driver)이랑 싸우는 장면인데, 여자 친구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의대에 합격해서 같이 캘리포니아에 갔으면 좋겠다고 고백을 하고 그걸 들은 Will Hunting 은 계속해서 여자 친구 마음이 확실한지 물어보고 어떻게 확신을 하냐고 되묻고 결국 불안감으로 폭발하는 듯했다. “Because that’s a serious thing you’re saying. I mean, we might be in California next week and you could find out something about me that you don’t like. And you might feel like “hey this is a big mistake.” But you can’t take it back, because you know it’s real serious and you can’t take something like that back. Now I’m in California because you asked me to come. But you don’t really want me there. And I’m stuck in California with someone who really doesn’t want me there and just wishes they had a take-back.” 


Will Hunting의 이 대사가 내 마음에 콕콕 박혔고 심하게 공감됐다. 나도 결국 관계에서 가까워지고 상대방이 편하게 대할수록 거부감과 불안함이 드는 이유는 영화에서 Will Hunting 이 말했듯이 상대방이 나에 대해 점점 더 알아갈수록 실망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면을 봐서 마음이 변하고 떠날까 봐 여서인 거 같다. “얘도 알고 보니까 별거 없네,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고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대하거나 마음이 식어서 상처를 준다던지. 혼자 온갖 상상은 다 하고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면서 상대방을 열심히 밀어내는 듯하다. 이것 또한 극복해야 하는 나의 결점 중 하나이지 않을까.  영화에서 Will Hunting의 심리 상담사 조언이 생각난다: 


"People call these things imperfections, but they're not, that's the good stuff. And then we get to choose who we let into our weird little worlds." (사람들은 이런 걸 결점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단다. 이런  진짜배기야. 우리는 불완전한 서로의 세계를 누구에게 보여줄지 결정하는 거지.”)

 




 영어 해석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telleileen&logNo=221124316065

작가의 이전글 심리상담받는 치과의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