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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니킴 Dec 20. 2023

2014년 10월 이후, 달라진 것들 (3)

Rebirth #8 경험 그리고 여행 

다리를 다친 것이 2014년.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16년, 나의 마지막 대학생활을 앞둔 해가 되었다. 

다리뼈는 거의 다 붙어서 걷고 뛰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좋아졌고 겉에서 보기에 전혀 다친 적 없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거의 다 회복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남은 대학생활 1년을 정말 후회 없이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못 해봤던 것들을 적어보았다. 


그중 가장 실천해보고 싶었던 것. 바로 '대학생 신분으로 떠나는 유럽 배낭여행'이었다. 

죽기 전 가장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이 1년밖에 안 남았다니! 

당장 여행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대학 시절 중 미친 듯이 바빴던 4학년 시기에 졸업작품 2개를 메인으로 진행하며 동시에 2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이대로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다면 이렇게 자유롭고 긴 여행을 가지 못 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잠을 쪼개가며 모든 것을 해내야 했다. 학교 과제, 시험, 2개의 메인 졸업작품, 교외근로 업무 아르바이트 그리고 미술학원 선생님 아르바이트까지. 잠을 못 자더라도 이 모든 것들을 해내서라도 너무너무 가고 싶었던 유럽이었다. 학교 수업을 메인으로 공부하며 중간중간 학교 근처 교외 회사에 출근해 디자인 업무를 하고 퇴근 후 바로 미술학원으로 출근해 아이들의 그림을 가르치고 도왔다. 그리고 다시 10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하면 그때 다시 나의 공부와 졸업작품을 위한 시간들이 시작됐다. 잠은 하루에 거의 3-4시간도 못 잤고, 주말에는 과제와 졸업작품을 몰아서 겨우 해내며 학우들의 속도를 따라갔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매일 커피 3-4잔은 기본이었다. 잠을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고. 커피를 많이 마시니 위염은 달고 살았고 코피도 자주 흘렸다. 그러다 졸업 작품 심사가 다가오는 하반기 쯔음에는 2주에 한 번씩 너무 크게 아파서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았다. 그렇게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주변에서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나는 죽어도 유럽에서 죽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대학생 신분일 때 자유롭게 유럽 여행을 너무너무 가고 싶었다. 



죽기 전에 내가 사랑하는 고흐의 그림 작품들을 실제로 봐야 하지 않겠어?
말로만 듣던 파리지앵들도, 에펠탑도 실제로 보고 싶고. 
런던에서는 에프터눈티에 맛있는 스콘을 먹어보고 싶어.
지금보다 넓고 자유로운 문화, 그리고 환경을 경험하고 싶어.

지금은 이렇게 고통스러워도 돼. 괜찮아.
잠은 죽어서 자면 되고, 유럽은 꼭 가고 죽어야겠어.



라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버텼고 수액을 맞으며 모자란 잠을 채우고 휴지로 코피를 막으며 돈을 모았다. 

다리를 다친 이후 원하는 것은 꼭 해야 하는 오기가 생겼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1년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못 할 것 같다..) 



나는 1년이 좀 안 되는 시간 안에 총 500만 원이라는 돈을 모을 수 있었고, 그렇게 틈틈이 모은 돈으로 비행기와 숙소들을 예약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렇게 나는 2016년 12월 졸업작품 상영회가 끝나는 바로 다음 날 너무 고대했던 35일간의 유럽여행기를 홀로 떠났다. 장기간의 여행이기도 하고 혼자 가는 건 처음이라 무섭기도 했지만, 가서 내가 먹고 보고 듣고 경험할 것들을 생각하면 너무 설레었기 때문에 무서운 감정을 금세 까먹고는 했다. 








영국 런던에서. 2016년에서 2017년으로, 해가 바뀌는 경험을 했다. 
외국여행을 하면서 점점 현지화되는 나 
마지막 종착지는 프랑스 파리였다 




영국 런던 -> 포르투갈 포르투 -> 포르투갈 리스본 -> 스페인 마드리드 -> 스페인 세비야 -> 스페인 그라나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 -> 헝가리 부다페스트 -> 체코 프라하 -> 오스트리아 빈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 프랑스 파리까지. 



35일 동안 총 7개국 12개의 도시를 혼자서 여행했다. 중간 동행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혼자 30인치 캐리어에 배낭을 메고 다니며 구글맵 지도를 켜며 하나하나 멘땅에 헤딩하며 여행했던 나. 

혼자서 목표했던 배낭여행을 하고 나니 느낀 점이 참 많았는데 그중에서 제일 뼈저리게 느낀 것은 '정말 경험이 자산'이라는 것. 이때 '경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내가 공부한 만큼 알게 되고, 보고 경험한 만큼 시야가 넓어지는 것 말이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클림트의 그림이 이렇게 클 줄 몰랐던 것, 고흐의 그림이 상상했던 것보다 생동감이 넘쳤던 것, 유럽 식당에서 종업원들에게 손을 들고 부르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라는 것, 유럽사람들은 굉장히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로운 것 등등 내가 처음 보고 느끼는 것들 모두가 나에게 공부였고 자산이었다. 




그리고 이 여행을 통해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가는 좋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나는 쉬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네?

나는 햄버거 피자를 너무 좋아해서 외국 나가면 천국일 줄 알았는데, 나는 라면이랑 김치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네? (이 여행을 계기로 내 입맛은 완벽한 한식 파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행지에서 공원 / 미술관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나는 한번 가면 그 길을 그냥 다 외워버리는구나! 

와 같은 것들 말이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나의 취향을 더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나를 알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경험, 더 많은 여행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온 35일의 유럽 배낭여행. 

이 모든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새벽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에 한 컷!



그러므로 나는 더 경험하고 여행해야 한다.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더 다양한 내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핑크빛 낭만의 파리




2017.02.02 일기 중 일부 발췌

여행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35일 동안 혼자 여행하기.
처음엔 마냥 설레기만 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엄청 떨리고 좋기도 했지만,
 엄청 힘들었고 울기도 많이 울었고 억울한 적도 많았고 화난 적도 있었던... ㅎㅎ 
돌이켜보면 35일 동안 엄청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게 된 것 같다.

진짜 생각지도 않게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고, 음식이 안 맞아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진짜 좋은 인연들도 너무 많이 만나고, 7개 나라의 대표 음식과 술들은 다 먹어보고. 
많이 먹고 알차게 놀러 다녀서 행복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샹그리아, 와인의 맛을 알아버렸다. 당분간 와인앓이 할 것 같은! ㅎㅎ 
그리고 집 오자마자 짐을 다 푸르고, 엄마의 스팸 듬뿍 담긴 김치찌개를 먹었고, 피곤해서 바로 잤는데 시차적응이 안돼서 몇 시간 못 자고 바로 깼다가 또 오늘 하루는 하루종일 잠만 잤다. 

영국 도착하자마자는 시차 적응 1도 없이 잘만 놀러 다녔는데 한국 오니까 긴장 풀려서인지 오자마자 잠이 쏟아진다. 역시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혼자 장기간 여행해 보니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 스스로 몰랐던 부분들도 알게 되고, 각인되고, 내가 뭘 더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지 더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7개국 갈 때마다 내 이름 이니셜로 모았었는데, 한국 와서 맞춰보니 벌써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영국 - 포르투갈 - 스페인 - 헝가리 - 체코 - 오스트리아 - 프랑스에서 한 개씩 모아서 완성된 '나의 이니셜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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