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가?

Feat. 「아들과 연인」&「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

by 모몽

새벽에 눈을 떴다. 며칠 전 악몽과 비슷한 패턴이다. 나는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 방과 후 수업에 아이와 같이 들어가 참관을 해야 한다. 부모 참석이 필수는 아니지만 같은 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방과 후 수업에 들어가고, 아이도 꼭 같이 가야 한다고 조르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난 아이와 들어가야 하는 반 앞에 있다. 들어가려고 안을 쓱 보니 아이는 혼자 있고, 부모가 참관하지 않는 아이들도 꽤 있다. 그래, 아이는 벌써 2학년이 되었다. 아이에게 혼자 들어가는 건 어떠냐고 묻자 아이는 꼭 엄마도 가야 한다 하고, 난 그 문 앞에서 수능공부와 아이 수업 참관 사이에서 고민한다. 수능은 봐서 무엇하나, 나는 과연 다시 수능을 본다고 잘 볼 것인가와 2학년씩이나 되는 아이 수업에 참관해야 하는 상황과의 갈등 속에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깬다. 어디선가 스위치를 껐다 켜는 소리가 난다.


암막 블라인드 사이로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니 새벽이다. 어슴푸레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어쩌면 생각보다 더 아침에 가까운 새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암막 블라인드를 쳤다. 아침은 아직 멀었지만 다행히도 달빛이 밝은 밤이다. 그렇게 뜬 눈으로 있다가 까무룩 잠들었는지 밥이 되는 소리에 다시 깬다. 갈등, 선택, 그리고 또 다른 선택 사이의 고민과 갈등. 난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고 또 다시 모두가 떠나가고 난 뒤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아침을 맞을 것이라는 예감.


우울한 표정의 작가가 나를 바라본다. D.H. 로렌스. 「아들과 연인」 표지의 매혹적인 표정의 여성 뒤에 나오는 콧수염이 난 작가의 흑백 얼굴은 글만큼이나 무뚝뚝하고 우울해 보인다. 첫째 아들이 죽고 나서 어머니의 또 다른 버팀목이 되어야 했던 폴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은 그의 어머니를 위해 쓴 작품이나, 뒤로 갈수록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남기는 한 어머니의 일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내용이 희망적이라기보다 우울을 담고 있고, 어머니의 투병기에 행복할 수 없는 자식의 마음을 담은 것 같으면서도 어머니가 떠나가고 나서야 독립할 수 있었던 한 늦된 아들의 이야기는 비극이면서도 또 다른 희망을 담고 있다. 그는 어쨌든 불빛 속으로 걸어갔던 것이다.


반대로 여기 빛을 만드는 소년이 있다. 어린 나이에 가족을 떠나 생활해야 했고, 그 마저도 어두운 세력에 휘말리면서 목숨마저 위태로운 소년이다. 그는 이상하게 죽음 앞에 초연하다. 자신의 제자(?)를 벌써 두 명이나 양성했다는 안도감과 죽음이 아닌 뇌수술일 뿐이라는 체념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은 ‘광악기’라는 생소한 빛을 연주하는 한 소년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가 과연 그곳에서 도망쳤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 주위를 감싸는 빛은 희망을 향해 간다.


새벽에 눈을 뜬 이유에 대해 골몰히 생각에 잠기다가, 너무 우울하고 긴 소설을 오랫동안 걸쳐서 보다가 꾼 악몽을 떠올리다가, 생각해보면 늑장을 부리느라고 거른 산책이 떠올랐다. 지금 눈을 뜬 나는 내가 한 여러 선택의 결과이며, 그 결과로 난 새벽에 눈을 뜨고 아침이 오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달빛이 밝은 날이며, 봄이 와 그다지 추운 새벽이 아니라는 것.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수능을 보고, 1등부터 꼴등까지 점수를 매기려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찾고 다시 나의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것. 다양한 시도와, 그 시도로 인한 실패와, 또 겪는 실패에서도 언젠가 찾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첫 문단부터 ‘천치 같은’이라는 파격적인 단어를 구사한 최고의 지식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장폴 사르트르’는 암담한 제2차 세계대전이 겪은 후 발표한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꺼내 읽는다.


"사람은 시대에 등을 돌리고 시대를 넘어섰다고 생각할 때 가장 뼈아프게 시대의 충격을 겪는다는 것, 따라서 우리가 시대를 초월하는 것은 시대에서 도피할 때가 아니라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 스스로 걸머질 때, 다시 말해서 가장 가까운 미래를 향해서 시대를 넘어설 때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만 작가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모든 사람과 함께 쓴다."

- 장폴 사르트르 -


모든 사람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책이든 주요 독자층이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뼈를 때리는 그의 마지막 문단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가 왜 노벨상 수상 작가이며 최고의 지성이었는지 느끼게 한다.



"글쓰기의 예술은 어떤 변함없는 신의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며, 인간은 자신을 선택하면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만일 글쓰기가 단순히 선전이나 오락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사회는 무매개적인 것의 소굴 속으로, 다시 말해서 날파리나 연체동물과 같은 기억 없는 삶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 장폴 사르트르 -



요즘 문학의 속성은 ‘저항’을 담고 있다는 이어령 교수의 ‘360도 방향’에 대한 말씀이 화제다. 360명이 한쪽 방향으로 뛴다면 1등부터 360등까지 있을 수밖에 없지만 360도 다 다른 방향으로 뛴다면 모두가 1등이라는 말은 어떤 위로와 함께 현재 시대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깨닫게 한다. 그러기에 소소한 끼적임과 그림으로,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사진으로 내면 깊숙이 있는 무언가를 끌어내자는 것. 그것이 내가 시작하고 선택해야 할 무언가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글을 쓴다는 것, 어린 시절 그만둔 그림을 다시 그린다는 것, 다시 무언가 호기심의 눈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오랫동안 잊혔던 일이라 익숙하지 않고,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다만, 늦기 전에 더 많은 실패를 해보고, 나의 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오랜만에 잡는 색연필이, 오랜만에 쥐어보는 볼펜과 마우스가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다. 봄의 절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개나리도, 진달래도 벚꽃도 피지 않은 날, 이제 피어오를 꽃들의 향연을 기대하며.


202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