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장 문을 대체 누가 잠근 걸까
그 열쇠는 도대체 누가 갖고 있는 걸까
집으로 들어가고픈 마음을 꾹꾹 누르고 탁구레슨을 받으러 갔건만..
탁구를 향해 활짝 연 마음이 무색하게 탁구장은 굳게 닫혀버렸다.
코치선생님도 헛걸음으로 돌아가셨다.
아.. 이대로 집으로 가서 퍼져있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지.
나에게는 점핑 체육관이 남아있으니까.
탁구 1시간과 점핑 1시간이 오늘 배정된 운동량인데
벌써 50% 미달이다.
트램펄린을 두 배 뛰어야 할 판이다.
마음으로는 두 타임을 뛸 준비가 충만하였으나
몸은 다른 생각을 하는 탓에
반신욕을 10분 연장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반신욕 30분까지 야무 지게 채우고
단백질 셰이크로 저녁을 마쳐야 하지만
돌아오는 길 내 눈은 어느새 식당간판들을 스캔 중이었다.
땀을 흘렸으니, 그래 밥 좀 먹어도 좋지.
나의 목적은 다이어트가 아니잖아.
오늘 이만큼 운동한 것을 봐,
나는 나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진정 나 자신을 방치하고 있다는 그런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을 떨치기 위함이 맞다.
운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하고 싶은 생각도 좀처럼 들지 않는 나로서는
탁구 레슨을 받기로 한 것도, 점핑 다이어트를 등록한 것도 꽤 놀랄 일이다.
운동 부족 때문이 아니라 나잇살이라고 뻔뻔하게 우기고 싶었으나, 점점 이렇게 나를 방치하다 과체중을 넘어 비만 판정도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어디까지 체중을 줄이겠다는 목표는 정말 없었다.
나를 방치하지 않기 위함이었으므로 땀을 흘린 뒤 저녁을 먹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저 많은 음식점들 중에 단 한 곳만 갈 건데 말이다.
오늘 나의 선택은 굴국밥이다. 게다가 굴은 아주 훌륭한 단백질 식품이 아니던가.
시원한 굴국밥에다.... 으아.... 소주 한 병도 시켜버렸다.
혼밥러 혼술러를 처음 보는 건 아닐 텐데 서빙 아주머니는 소주와 잔을 갖다 주며 나를 한번 힐끔 쳐다보고 간다. 아무렴 어떠냐, 눈발을 헤치며 20분을 걸어 점핑으로 땀을 흠뻑 흘리고 온 나에 대한 정당한 끼니의 보상이다.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 이것이 흔히 말하는 소확행이 아니던가.
이 행복에 좀 더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굴의 영양을 검색해 본다.
굴의 단백질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아미노산이 들어있고, 특히 피로해소에 효능이 있는 타우린 함량이 높으며, 면역에 도움이 되는 아연, 조혈작용을 하는 비타민 B12와 구리와 엽산, 뇌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지방산 DHA,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칼슘도 풍부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칼로리가 매우 낮다. 말이 필요 없는 참으로 훌륭한 식품이다.
오늘 할 일을 다 마치고 관사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이 흡족하다.
그럼 된 거지.
땀을 씻어내고 남편과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면 내 배터리는 다시 충전이 될 것이다.
이 순간 나는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