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다시 쏜살같이 지날 새해가...
보고서를 쓸 때마다 날짜를 쓴다. 2024년이라니, 2023이라고 썼다가 지우는 일을 앞으로 며칠 아니 몇 달을 계속해야 할지 모른다. 때론 연도를 틀린 줄도 모르고 쓰는 일도 있을 것이다.
2023년이라고 쓰는 것이 익숙할 무렵 어느새 연말이 다가왔고 드디어 새해가 밝아버렸다.
시간이 참으로 쏜살같이 흐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간다.
영국의 수리생물학 교수 크리스티안 예이츠는 우리가 감지하는 시간이 우리가 이미 살았던 기간의 비율에 좌우된다고 하였다. 10살 아이에게 1년은 살아온 인생의 10% 이지만 50세 중년에게 1년은 인생의 단 2%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그러니 1년이라는 시간이 10살 아이와 50살 중년에게 같은 느낌일 수 없다. 예이츠 교수의 말이 너무나 이해가 간다. 내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이 하고 싶어지는 하루도, 꾸역꾸역 할 일을 하면서 하루 노동시간을 채우며 더디게 보낸 시간도, 그 하루가 보태져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어느새 일 년이 되어 지나고 나면 화살을 쏘아 날린 듯 그 빠름을 아쉬워한다.
고3이 되는 딸애가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힘들다 하소연을 하여, '시간 빠르지, 그러니 1년만 참자, 금방 지날 거야'라고 했더니, '1년은 빨라도 하루하루는 길다고...'라며 인상을 찌푸린다. 상대적인 차이일 뿐 17살 딸에게도 힘든 하루는 당연히 길 터인데 격려도 위로도 아무것도 아닌 어리석은 말이었다. 내세울 것 없이 한 해를 보내고 특별히 기대할 것도 없는 새해를 맞는 이 기분이 그저 나의 것이기를 바란다. 지치지 않고 일어서기를, 희망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혹 열매가 쓰더라도 쓰러지지 않기를, 딸에게 바라는 것은 아프지만 그 어려운 것들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옆에서 그렇게 함께하기를...
그 어려운 것을 해내며 2024년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