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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Jun 07. 2022

처음과 순수함

 얼마 전에 TV에서 ‘거침없이 하이킥 봤다. 어렸을  워낙 재밌게 봤기 때문에 채널을 돌리다 재방송을 하면  멈춰서 보는 편이다. 그래서 그날도 발견하자 당연하게 보기 시작했다. 시트콤이 초반쯤이라 이제  시작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나는  번이나 봤기 때문에  사람들과 상황이 어떻게 변해서 끝이 날지 안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 모르는 사람들의 풋풋한 말을, 모든  아는 내가 듣고 있자니 어쩐지 아름답게만 보였다. 끝이  좋은 사람의 말도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청춘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건 ‘과거의 미화때문이 아닌  같다. 그것보다는 ‘순수한 마음  가까운  같다. 아무것도 모를 때야만   있는 것이 있다. 나는 그것이 ‘최선  같다.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최선을 다하기가 힘들다. 계산적이 된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면 최선을 다하게 된다.  그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있는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최선은 진심과도 통한다. 진심은 순수하고, 순수한 것은 아름답다. 왜냐면 우리는 갈수록 순수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날 봤던 장면 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신지가 나올 때였다. 신지는 박해미를 엄청 싫어하는데, 자기가  하고 싶었던 기회를 잡기 위해서 박해미에게  보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부탁하러 가기로 결심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만나주지도 않을뿐더러 부탁을 아주 매몰차게 거절한다. 자신 앞에서 먼저 노래해보라는 제안을 마지막 자존심을 붙잡고 거절하나 결국  자존심마저 내려놓고 노래를 불러 기회를 따내게 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아주 서글프게 운다. 자존심이 너무 상한다면서.

 나는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뻔했다. 사회생활에 진입하면서 겪는 참는 시간들이 뭔지 알기 때문이다. 그즈음에 봤던 영상도 그랬다. 지금은 자리 잡은  연예인이 10년도  전에 무명이었던 시절, 자신을 알리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참으며 방송을 하는 모습이었다.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주변의 그들보다 앞서 나가 있는 사람들이 그들을 방관하거나 무시했다는 점이다.

 신지는 결국 바라던 대로 작곡가가 되었고  연예인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가수가 되었다. 그들은 결국 잘되었지만 나는 그들의 처음에서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처음은 누구나 힘들고 진심을 다한다고 끝이 잘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앞서 나가 있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짐을 덜어   있지 않을까? 자신의 처음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나는 아직 처음의 시간을 걷고 있는 사람이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 처음을 벗어나게 된다면,  뒤의 사람들을 도울  있었으면 좋겠다.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 그들을 도우며 점점 사라져   순수함을 오래 지켜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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