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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Nov 03. 2019

널 향해 웃지 않는 세상에 웃어라!

영화 [조커] 리뷰

조커는 미디어 역사상 가장 개성 있고 매력적인 빌런 중 한 명이다.


배트맨의 숙적인 이 캐릭터가 영화에서 돋보이게 등장한 것은 1989년이었다. 


당시 조커 역을 맡은 잭 니콜슨은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며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조커'라는 캐릭터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그 영향력이 얼마나 컸던지 '다크 나이트'가 개봉할 당시 사람들은 과연 잭 니콜슨의 조커를 뛰어넘는 조커가 나올 수 있을지 우려스러워했다. 


그리고 당시 조커 역을 맡은 히스 레저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또 다른 자신만의 조커를 창조해냈다. 

21세기 최고의 악역 다크나이트의 '조커'

이후 히스 레저는 떠났지만 그의 조커는 최고의 악역으로 영원히 우리의 기억에 남았다.


이후 DC가 직접 제작에 나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자레드 레토가 조커를 맡아 열연했으나 영화 자체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연기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DC가 다시 '조커'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조커'

개봉 전 이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반'이었다. 


지금껏 DC가 보여준 영화의 퀄리티가 모두 기대 이하였고 이전의 조커들이 모두 절륜한 연기를 보여준 데다 21세기에만 세 번째로 재탄생하는 조커에 대한 의문부호도 붙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모두가 기대한 것 그 이상이었다.


#완벽하고 처절한 빌런의 탄생



이 영화는 크게 보면 기존 히어로물 1편처럼 히어로의 기원을 다루는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평범하지만 상처가 있는 주인공이 어떠한 계기로 각성, 그리고 상처를 딛고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단, 그 주인공이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이는 꽤 큰 차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했던 '아서 플렉'

대다수의 인간은 도덕적 관념이 있고 관객은 그 관념에 따라 히어로에게 더 이입하고 공감하기 마련이다. 비록 '안티 히어로'라는 존재가 있긴 하지만 그들도 어느 정도의 도덕적 선을 그어놓고 그 선 안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조커는 다르다.


조커는 이 영화 이전부터 대중에게 '완벽한 악역'으로 각인되어 있는 캐릭터다. 거기다 그냥 악역도 아닌 '혼돈' '광기'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그 어떤 동정의 여지도 없는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에 관객을 이입시키고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훌륭히 완수했다. 


그래서 개봉 전과 직후 논란이 됐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난 '조커'가 아닌 '아서 플렉'의 이야기를 봤다.

영화는 연출과 각본을 통해 '아서 플렉'이 '조커'라는 사실을 관객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그리고 관객이 오로지 '아서 플렉'이라는 인물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그렇게 관객은 '조커'가 아닌 '아서 플렉'을 보며 그가 처한 상황과 현실에 처절함을 느끼고 이입하게 된다.


그 결과 '아서 플렉'에 집중했던 나는 그가 조커가 된 순간, 마치 히어로가 탄생했을 때와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가 앞으로 고담을 혼돈으로 이끌 악역임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호아킨 피닉스, 또 다른 조커를 탄생시키다.



호아킨 피닉스는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다. 하지만 이전 조커를 맡은 배우들이 워낙 쟁쟁했기에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런 대중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의 몸짓은 처절했고 살아있었다.

관객이 이 이야기에 흡입력 있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에는 좋은 연출과 시나리오도 있었지만 호아킨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온몸으로 '아서 플렉'을 연기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을 넘어 그가 나의 앞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눈빛과 몸짓은 아서 플렉 그 자체였으며 곧 조커였다. 


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또 한 번 조커의 벽이 더 높아졌다.


#고담과 조커, 그리고 우리



메시지를 강제로 주입하는 영화는 결코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란 영화라는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난 이 영화가 그런 영화의 대표적인 예라 생각한다.

어지러운 세상에 외로이 서 있는 광대

이 영화의 고담은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고담보다 더욱 현실적이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의 삶과 그다지 멀지 않으며 일어나는 사건들은 조금 더 극단적일 뿐, 충분히 현실의 문제에 닿아있다. 


'아서 플렉'은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그가 겪는 일들은 우리도 살면서 은연중에 작게나마 겪고 있는 일들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친절하지 않으며 자신보다 약한 자를 태연히 비웃는다. 어떤 방향성은 옳은 듯 하나 피해자를 만들고, 가끔은 가해자가 피해자로 동정받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가 빌런의 기원을 다루는 이 영화에서 처절함과 연민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나만 미쳐가는 걸까요. 아니면 세상도 미쳐가는 걸까요?'


이 대사가 곧 이 영화가 바라보는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총평

:무엇을 기대하던 그 이상을!



이 세상에 모두가 만족하는 영화는 없다.


이 영화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불쾌한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설령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도 이 영화가 기존 히어로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에는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흔히 마블이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어도 '다크나이트'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난 이 의견에 매우 공감한다. 

히어로 영화를 뛰어넘은 다크나이트

마블은 히어로 장르라는 틀 안에서 뛰어난 영화를 만들지만 '다크나이트'는 히어로 영화로 특정할 수 없는, 장르를 뛰어넘은 영화다. 


그리고 이 '조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 영화는 도덕적으로 불쾌하고 문제적인 작품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아서 플렉'의 선택을 옹호하지 않는다. 


난 그저 이 영화가 현실의 극단적이고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뿐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며 당신은 아서 플렉에게 얼마나 공감했나요?

우리는 가끔 더러운 것에서 눈을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서 플렉의 인생이 '개 같은 코미디'인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그 부분을 직접적으로 까발린 것이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아서 플렉'의 선택에 얼마나 공감하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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