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인관계가 폭넓은 편이다. 친구나 회사 사람들에게서 성격이 좋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늘 긴장 모드를 유지한다. 마치 언제 어디서든 육식동물이 나타나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것처럼.
항상 몸이 경직되어 있고,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면 긴장감에 머리가 새하얘진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은 열심히 하지만, 순발력이 부족해 순간 대응이 어렵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작아지고, 한 번이라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날이면 계속해서 자신을 자책하며 우울감에 빠지곤 했다.
회사에서 선배가 책임을 전가하거나 부당하게 굴어도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왜 그런 거 같으세요? 왜 그런 대우를 그냥 넘겼나요?”
“제가 조용히 있으면 이 불편한 상황이 빨리 끝날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항변했을 때 생길 후폭풍도 두려웠고요.”
상담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렸을 때 비슷한 상황이 있었나요?”
곰곰이 떠올려보니, 엄마와 관련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가 가족과 다투거나 내가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집안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방에 누워 있는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방문을 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고, 마루를 걸을 때도 숨을 죽이듯 살금살금 움직였다.
“그랬군요. 갈등 이후의 후폭풍이 두려웠던 거네요.”
선생님은 그렇게 정리했다.
또 다른 불편함도 있었다. 회사에서 누군가 내 자리로 찾아와 말을 걸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듣고 있는 것 같아 목소리가 작아진다. 말실수라도 하면 모두가 나를 비웃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멀리서 사람들이 대화할 때 내 이름과 비슷한 소리만 들려도 귀가 쫑긋해지고, 나를 욕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에 빠질 때도 있다.
“그건 왜 그런 것 같아요?”
그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주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진 무리에게 1년 내내 괴롭힘을 당했다. 그들은 매일 내 뒤에서 욕을 했고, ‘더럽다’, ‘왜 저렇게 생겼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주동자는 내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었고, 1년 동안 자리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나는 그 일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다. 엄마가 걱정할까 봐, 그리고 학교에 찾아와 일이 더 커질까 봐 두려웠다. 혼자 견디는 동안 성적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평균 90점대를 유지하던 성적이 80점대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앓아누웠고, “자식 둘 다 공부를 못한다”는 말을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상황을 설명하지도 못한 채, 마음속에 깊은 멍만 남아 무의식 속에서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