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열등감이 좀 있으신 것 같네요.

by 들송날송

엄마가 간섭하는 말들이 너무 듣기 싫었다. 가끔은 스스로도 이 정도 말은 그냥 넘길 수도 있지 않나?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엄마의 말만큼은 몸이 먼저 반응한다. 듣는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괜히 날이 서게 된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메시지를 보지 않으면 안 되나요?"

"알람을 꺼두는 건 어때요?"


"그건 저희 엄마를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세요. 답장이 조금만 늦어져도 본인의 말이 듣기 싫은 거냐면서 삐지고 화를 내세요."

"어떨 때는 장문으로 저를 비난하는 문자를 써놓기도 하세요."


엄마는 늘 나를 통제하려 했다. 나를 잘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기 일은 엉망으로 벌여 놓고 마지막엔 나에게 해결해달라고 하면서, 정작 내 일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평가하고 참견했다.


그러다 엄마와 한 번이라도 크게 싸우고 나면 상황은 늘 같은 결말로 끝난다. 나는 어느새 나쁜 딸이 되어 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불효녀. 평생 크게 엄마의 말에 거슬리지 않게 살아왔는데도, 한 번의 갈등으로 나를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게 너무 기분이 나빴다. 마치 그동안 쌓아온 내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무효가 되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아빠와 동생을 두고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들처럼 나에게 욕하곤 했다. 나는 늘 그 감정을 받아주는 자리였다. 엄마의 분노와 억울함과 서운함을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


지금 돌아보면 아빠나 동생이 정말 그렇게까지 잘못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시절의 내 머릿속에서 아빠와 동생은 이미 ‘나쁜 사람’으로 굳어 있었다. 엄마의 감정을 대신 짊어지고, 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이야기를 상담사 선생님에게 털어놓았을 때,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께서는 누군가를 항상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나 보군요."

"어떤 분들은 꼭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어야만 살 수 있는 분들이 있어요"

“어머니는 열등감이 좀 있으신 것 같네요.”

그 말은 이상하게도 엄마를 비난하는 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퍼즐 하나가 맞춰지는 느낌에 가까웠다.


"맞아요, 그런 거 같아요."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 딸이 누구보다 낫다 이런 식으로 항상 누군가와 저를 비교했었고, 그게 너무 듣기 싫었어요."


"어머니의 가정 환경은 어땠나요? 형제 관계가 어떻게 되죠?"

"네 명의 딸 중 셋째였어요. 두 분의 이모들은 공부를 꽤나 잘해서 그 당시에 이대를 나오셨고, 한 분은 외모가 정말 뛰어난 분이셨어요."

"그러면 어머니는 항상 다른 방식으로 본인을 증명해야 했겠군요"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엄마가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고, 가엾다는 감정이 들었다. 엄마는 나를 통제하려 했던 게 아니라, 불안했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세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감각,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감정. 그 불안을 가장 안전한 대상인 나에게 풀어왔던 건 아닐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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