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으세요?

by 들송날송

“지금 그 남자와는 왜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

상담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같이 있으면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대답했다.


“어떤 부분에서 안정감을 느끼세요?”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시간이 될 때면 잠깐이라도 서프라이즈로 나를 만나러 오고, 매주 주말마다 요리를 해주고, 나를 챙겨준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 말을 듣던 상담 선생님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건 연인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부모의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그 말에 나는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는 늘 그렇게 말했어요. 사랑하면 연인을 자기 자식처럼 돌봐야 한다고요. 그래서인지 그는 내가 먹고 싶다고 말한 음식보다는 건강한 걸 먹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고, 내가 혼자 술을 마시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느냐가 곧 나 자신이 된다며 ‘좋은 것만 보자’고 권하기도 했다. 권유를 넘어, 때로는 내가 본 콘텐츠들을 검열하듯 묻기도 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 남자의 사랑 방식이 사랑이 아니라 통제였다는 것을. 그 사실은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보였다. 이후 상담을 이어가며 그의 방식이 엄마가 나를 대하던 방식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어렸을 때 유기농 식품만 먹으며 자랐다. 햄버거는 한두 달에 한 번 허락되는 음식이었고, 항상 엄마가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속에서 컸다. 돌봄이라는 이름의 관리, 사랑이라는 이름의 통제.

그의 애정은 내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엄마의 방식과 너무 닮아 있었다.


나는 이런 엄마의 방식에 늘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만 시간이 늦어져도 집에 들어오라는 재촉, 조금만 ‘안 좋은’ 선택을 하면 바로 따라오는 질책. 항상 엄마의 기준에 맞춰야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프레임 속에서 본가에 살던 시절의 나는 무기력에 가까운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서 독립을 선택했다. 독립한 이후, 내가 나를 직접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건강검진 지표도 좋아졌고 자기 효능감도 눈에 띄게 올라갔다. 엄마의 통제에서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남자와의 관계에서 다시 한 번 익숙한 방식의 애정을 선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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