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글을 쥐어 짜내기 위해 머리를 잡아 뜯다가 숨을 돌리기 위해 집 앞 카페에 나왔다.
머리카락으로 글 쓰는 것도 아닌데 이거라도 쥐어짜면 뭐가 나오는 것처럼 초조한 모습을 하다가 문득, 대머리 아줌마가 된 상상이 들었기 때문이다.
머리칼이 달아나서 머리의 군데군데가 반짝거리며 노트북 앞에서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있는 무시무시하고 우스운 상상말이다. 우수수 떨어진 머리카락만큼이나 집중력도 떨어진 듯하다.
현관 앞에서 잠시 고민했다. 이거 맞나? 나가기도 전에 땀구멍 열리는 느낌 이거 맞나?
작렬하는 햇빛을 겨누며 양산을 펼쳐 들고 습기 어린 발바닥을 뗀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는 물로 이루어져 있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물음표가 현관문을 따라 이어진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나는 더위에 대한 의문을 뚝뚝 흘리며 카페에 도착한다.
에어컨 바람이 인중땀에 닿는 것이 느껴지면 나는 재난영화애서 살아남은 주인공이라도 된 양 파이널리-를 외치며 무릎을 꿇고 싶다. 만, 나는 교양 있는 지성인이라 그런 상상만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교양 있는 기름쟁이라는 뜻, 이 아닌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물론, 안 궁금하겠지만 나는 악지성이다.
재난 같은 더위를 무릅쓰고 카페 등반을 시도했더니 정신이 아득하다. 글을 쓰러 왔지만 땀을 식힌다는 변명을 대며 한참 딴짓을 한다. 회신 하나 없는 메일창을 새로고침하고 '글로 돈 버는 법' 따위를 검색하며 불특정 다수를 부러워하고 또다시 메일로 돌아가 새로고침을 한다.
아무래도 글을 담당하는 뇌의 어떤 부위가 더위를 먹은 듯 먹먹하다. 정말, 아무래도, 역시, 이상이 생긴 것이 맞다.
언제는 쉬웠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입꼬리를 올린다. 핑계만 계절과 날에 따라 달라질 뿐
맞다.
언제는 쉬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