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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구 Jun 04. 2023

긴 여행에서 되돌아왔을 때

회기


아주 긴 여행이었다.

현관문에 우뚝 서서 방을 둘러다 본다.



가쁜 숨,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캐리어의 위태로운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그곳은 고요의 공기가 들어앉아있었다.


분명 나올 때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익숙한 배치, 냄새, 그리웠던 침대 모두 그대로였다.

정말로 모두 똑같지만은 나는 왠지 외지인의 모습을 하고 슬금슬금 들어간다.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 있다.

익숙지 않은 게 이곳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고요의 주인인 나는 알 수 있다.

집안곳곳을 봐도 아무개의 칩입 흔적은 없다. 그런 류의 소행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부산스럽다.



내가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 내가 달라진 것이다.




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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