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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주하
Nov 27. 2024
미니멀라이프지만 이모님은 필요해
미니멀 관련 책을 읽다 보면
모든 생활 부분에서 다운사이징 하며
특히 가전제품까지도 없이
손수 집안일을 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했다.
최근에 읽은 책 <살림지옥 해방일지>
에서도 이야기한다.
'당신의 집안일이 편해지려면
편리함을 버려라'라고.
냉장고 없이 사는 모습을 보고
이게 가능할까?! 의구심도 들고 공감가지 않았다.
앞서 읽은 여러 책들에서도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 전기밥솥 등등
웬만한 생활가전 없이
정말 다 비우고 사는 경우를 볼 때면
과연 어떤 방식이 맞는 걸까?!
곰곰이 혼자 생각해 보곤 했다.
둘째가 태어날 때쯤 로봇청소기를 들였다.
새로운 식구가 늘어나면 육아도 더 늘어나고
조금이라도 우리를 도와줄 지원군이 필요했다.
해서 구입한 로봇 청소기.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있어서 로봇청소기 사용이
조금 번거로움이 있다.
주에 1~2회만 이 로봇을 사용하고
나머지 평일에는 다이슨으로 청소한다.
몇 년 후 매트를 비우고 나면
매일 이 녀석만 돌려주면 되니 정말 편할 것 같다.
주에 1~2회라도 자동으로 알아서
청소와 물걸레 청소까지 동시에 하고
끝나면 홈에 돌아와 자동으로 먼지까지
빨아들이니 여간 편할 수 없다.
우리 집 든든한 이모님이다.
식세기도 둘째 출산할 때 샀다.
식구가 늘고 설거짓거리도 늘기에
조금이라도 일손을 줄이고자 구입했다.
애벌 세척만 하고 바로 꽂아주기만 하면
되기에 정말 편리하다.
1시간 드는 게 덕분에 20분이면 끝나는 듯하다.
하루치 모아두었다가 저녁에 한 번만 돌린다.
다 돌아가면 이렇게 모두 열어두고 잔다.
자고 일어나면 자연건조돼있어
그릇들을 제자리에 돌려두면 그만이다.
자동 건조 기능은 전기세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손님 초대해서 그릇 사용이 많은 날
빛을 발한다.
구연산 넣고 스팀 모드로 돌려주면
뽀송뽀송 깨끗하게 자동 청소도 되어 참 좋다.
우리 집 이모님들 중에 가장 먼저
자리한 가전은 의류 건조기다.
신혼 초 때는 좋은 전기 건조기가
없어 가스 건조기를 구입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조기 사용이 보편적이지 않았다.
호주에 있을 때 건조기 사용이 정말 편리했던
기억이 떠올라 결혼하고 신혼 가전으로
구입했었다.
가스는 연통을 잘 연결하고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몇 년 뒤 건조기 사용이 늘면서
전기세도 많이 나오지 않는 전기건조기가
등장해 갈아탔다.
전기세도 많이 안 나오고 연통 설치도
필요 없어 정말 편리하다.
이불 빨래도 자주 하고 싶어
세탁기와 건조기 둘 다 큰 용량으로 구입했다.
세탁방에 가지 않고 집에서 바로
이불 세탁, 건조가 동시에 가능해
만족하며 잘 사용 중이다.
빨랫대에 빨래를 다 널고 하루 있다가
마르면 다 걷어내는 과정만 줄어도
빨래 살림이 훨씬 간결해진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있지만 3대 이모님을
모시고 있다.
분명 이 이모님들을 비우면 여백이 생겨
공간은 더 늘어날 테다.
편리하기 위해 비운다는 말도 맞는 말이겠지만,
나의 경우 편리하기 위해 잘 사용하기로 한다.
한쪽에서는 가전 대신 몸으로 손수 움직이는
편리함을 지향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나와 같이 기계의 힘을 빌려
편리함을 좇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미니멀라이프의 모양이 제각각인 이유는
각자가 지향하는 삶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더 자주 움직이며
몸도 활성화하고 살림 그 자체를 즐기는 삶이라면
후자는 레버리지 할 수 있는 건 외부에 맡기고
남는 시간에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미니멀라이프 또한 정해진 답이 없다.는 걸
지난 9년의 시간을 뒤로해보니 알게 되었다.
내가 우선시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거기에 맞는 방향을 모양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미니멀라이프라고 해서 이모님이 필요 없다는 말도,
편리함도 비워야 한다는 말도 무작정 따를 필요 없다.
미니멀라이프라고 해도 나처럼
3대 이모님이 다 필요할 수도 있고.
요긴하게 잘 사용하여 시간에 여유를 갖고
보다 생산적인 일에 중점을 맞출 수도 있다.
(꼭 생산적인 필요도 없다. 폭 편하게 쉬는 것도 좋다)
이모님들 덕분에 오늘 하루도 집은
단정하고 일상은 안락하다.
집안일을 맡겨두고 지금 이렇게
좋아하는 글을 쓰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있지만 내게 3대 이모님은
필요하다.
이모님이 없는 삶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오늘도 불필요한 것을 비우고
필요한 것은 삶에 잘 활용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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