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습관 - 미움

미워할 수 없는 유전자

by ㅇㅅㅅㅇ
나는 사람을 미워할 수 없다.


미움은 무엇일까? 상처로 인한 감정이지 않을까?

상처는 무엇일까? 상처는 어디에 생기는 것일까?

마음에 생기는 것이라고 치자.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저 느낄 뿐이다.

미움이라는 감정은 마음에 깊은 골을 새기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깊은 골에는 미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싹트고 자라게 된다.


그렇다면 내 마음의 깊은 골은 몇 개일까?
아마도 3개 정도 되리라 생각된다.

인공위성에서 보는 지구의 모습처럼 현저하게 드러나는 그래서 깊은 골은 아마도 3개 정도 되리라.


하나는 나의 존재를 있게 해 준 이로 인해
하나는 나의 가치를 알게 해 준 이로 인해
하나는 나의 가능성을 일깨워 준 이로 인해...

하지만 내 마음의 깊은 골에는 미움이 자라지 못한다.


나는 미워할 수 없는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바보 같고 그래서 답답하다. 차라리 미워하면 마음이 편할 텐데... 차라리 미워서 돌아서면 그러면 편할 텐데... 그럴 수 없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그것은 나의 어머니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 때문에 나는 미워할 수 없는 유전자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바보가 되었다. 상처가 깊어져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바보 말이다...
나의 어머니는 어머니의 마음의 가장 깊은 골을 새긴 사람을 사랑하신다. 그 사람은 나를 존재하게 한 사람이다. 어머니는 그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신다. 미워하실 수 없다신다. 자신이 힘들어도 자신이 죽을 것 같아도 말이다. 나는 어머니 마음의 깊은 골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너무 깊어서 내가 감히 알 수 없는 어쩌면 어머니의 마음을 두 동강 내버렸을지도 모르는 깊은 골이었다. 덩달아 나도 아팠다. 심장이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었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싶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러한 상처를 준사람을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그를 사랑할 수 없다. 어머니 마음에 깊은 골을 새긴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미워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어머니를 닮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미워할 수 없는 유전자 때문이다. 미워하지 못하지만 용서할 수는 없다. 사랑할 수 없다.


그런데 나의 가능성을 일깨워준 이가... 그토록 사랑했지만 내 마음에 깊은 골을 새긴 이가... 나의 근본적이고 가장 깊은 골을 상기시켰다. 그 깊은 골은 내 마음에 얽히고설킨 모든 골을 자극했다. 그리고 나는 도저히 견디기 힘든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게 아픈데 나는 미워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기다림으로 답했다. 바보 같은 나...


하지만 옳은 일이다. 나는 그 깊은 골을 채워야 한다. 그래야 한다. 아프지만 그래야 한다. 미워할 수 없는 나이기에 혼자 아파야 하고 미워할 수 없는 나이기에 혼자 그 일을 감당해야 한다. 함께 하자는 말에 나의 골이 깊어질 뿐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골에 비하면 내 마음의 골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나는 너무나 아프다. 차라리 미워하면 아프지는 않을 텐데... 미움과 증오는 통증을 더 이상 못 느끼게 하는 마취제와 같으니까 말이다.


나는 용서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랑하기로 했으며 존경하기로 했다.
이것이 기다림의 약속이다. 기다림은 나에게 마음의 깊은 골을 치유해줄 것이다. 그리고 나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다. 나는 그러한 약속을 굳게 믿고 있다. 기다림은 새로운 가능성의 기회이다.

미워할 수 없는 유전자는 나로 하여금 더 큰 아픔으로 더 큰 통증으로 힘들게도 하지만 더 큰 사랑으로 더 큰 성장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나는 그럴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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