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글
양이 흙 속에 파묻히던 씬으로 시작되던 <정말 먼 곳>에서 죽음 앞에선 양이나 인간이나 똑같다던 대사.
흙에서 많은 기쁨을 느꼈던 올해에 흙은 땅위의 모든 에너지를 모아준다. 살 수 있게 지탱해준다. 흙 속에 묻힌 생명은 썩는다. 썩어버린 내 얼굴을 상상한다. 살점이 떨어지고 붉은 빛이 흙색이 되어서 메말라버린 마음까지. 망각과 적막한 고요의 세계에서 한번만이라도 보드라운 살결에 닿아보길 기다린다. 얼굴을 찡그리면 후두둑 떨어지는 짠내나는 눈물과 가여운 얼굴. 밤이 무서워요. 혼자만의 밤이요. 흙에 묻힌 내 씨앗들은 초록 생명을 내밀었다. 죽은 생명들은 묻혀서 영원히 소식이 없다. 치열하게 버티는 땅위의 모든 것들. 한번쯤 놓아버리고 싶은데 잘린 날개를 주워본다. 내 손아귀에 날개없는 새는 덜덜 떨고 있다. 훨훨 날지 못하고 추락하고 터벅터벅 걷는 새. 나는 느리고 아프지만 너를 기다리고 있다. 세월 속에 다시 고통이 스밀 때 깊은 아픔을 하나하나 메모할 것이다. 더듬고 매만지며 내 잘린 날개를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