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오면 공허하기도 하고 일상이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이번 제주 여행은 전자에 가까운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침묵이 계속되어도 편안한 친구들과 세상 고민없이 지낸 이번 여행은 내게 좋은 영감들을 주었다. 난 제주에 사는 사람으로서 친구들이 놀러오니 내가 아는 좋은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럴때마다 안 좋아하면 어떡하지 란 불안이 있었지만 대부분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친구들 중 10년동안 못본 동생이 있었는데, 마지막 공항에서 인사할때 즐거웠다는 얘기를 나에게 해주었을땐 정말 다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다행이었다.
그 동생과 연은 10년 전 교회로부터 시작된다. 그 동생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는 아버지가 목사셨기 때문에 항상 같이 주일학교에서 예배를 보고 어디 놀러가기도 하고 했는데. 그 동생은 티를 내지 않았지만 교회에 나오기 싫고, 지루하다라는 표정이 티가 났었다. 나도 아버지가 목사님이였기 때문에 티는 내지 않았지만 억지로 아이들을 챙기려는 행동이 강했었는데. 그 애를 오랜만에 처음 공항에서 봤을때 지루해했던, 혹은 좋지 않았던 표정들이 기억나서 굉장히 미안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때 더욱 챙겨주려고, 뭐라도 더 해줄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자아가 형성될 시기에 난 목사의 아들로 살아야했다. 행동 하나하나 더 나아가 생각을 억압받으며 말이다. 그래서 현재 26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그러다보니 그 애와 계속 얘기를 했을때 느낀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그 애는 공부를 한다고하고 교회를 안 나갈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자아가 온전히 형성되어 자존감 혹은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솔직한 감정은 그 애를 좋아한다. 하지만 쉽게 사랑에 빠지는 나는 이것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하지만 그 애가 계속 생각나 힘들었던 이번 여행이었다. 인내할 줄도 알아야한다. 그동안 그애 없이 잘 살아왔지 않은 가? 현재 시기는 나를 가꾸고 내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하 하는 상황임을 안다. 그렇기에 더 악착같이 그 애 생각을 부정하고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