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삶

요즘은 다양한 학계에서 저출산의 이유를 얘기하는 콘텐츠가 많이 보인다. 이런저런 분석들이 나오지만 항상 보면 공통적인 것은 ‘단절, 경쟁, 비교, 억압’이 있는 사회. 이는 저출산뿐만 아니라 자살률, 우울증, 무기력증 등의 원인도 된다. 다양성과 건강한 교류와 접촉이 사라진 사회. 극심한 경쟁과 자본주의로 인한 공동체의 붕괴.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진화적으로 볼 때 본능적인 선택이라고.

열심히 살지 않는 것,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것이 2-30대의 문제라고 치부하기 전에 그들이 보는 세계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경쟁을 부추기고 누군가와 비교하고 연봉으로 그들의 부지런함을 판단해 버리는 일상은 모두 생채기로 남는다. 나의 특별함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내 재능은 돈이 되지 않는다며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된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면 행복하다며. 좋은 대학 가서 좋은 기업 들어가면 행복하다며. 좋은 아파트만 사면 행복하다며. 하나의 길에만 레드카펫을 깔아놓고 이리 오라며 손짓하지만 막상 걸어보니 행복은 없는 새빨간 거짓말을 믿었다. 진정 그들의 세상만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가? 대기업, 투자, 자산, 고급아파트의 정해진 루트를 걷고자 고군분투하는 이들이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요, 노예가 되기를 자처한 자. 매우 안쓰럽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내가 아닌 남에게 있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고, 건강한 토론과 끊임없는 마찰을 통해 성장하는 법을 아는 공동체는 건강하다. 건강한 생태계는 다양성 그 자체이다. 한가지 작물을 줄세워 재배하는 우리가 알던 농사는 땅을 황폐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단일한 인간을 양산하려는 사회는 죽어간다. 우리나라가 그 사례로 외국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 사례를 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라는 없기를. 

세상에는 돈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가치들이 무수히 많으니, 당신의 재능은 특별하다. 부디 “이 길은 평탄하고 안전해, 이 길은 어려우니 절대 가지 마” 이런 악마의 속삭임을 듣지 않기를. 물론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같은 경험도 나에겐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으며 같은 방향일지라도 나는 다른 길을 개척할 수 있다. 실패의 경험은 중요하다. 실패는 과정이다. 작은 성취들을 딛고 일어나 꾸준히 나아가자.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말자.